삶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시간. 오늘. 휴일.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고
따사로운 햇볕은 창문을 통해 들어와 나의 앉은 곳에 예쁜 그림자들을 수놓네.
예전에 꿈꿔왔던 식물들이 가득한 내 집안의 썬룸.
그 공간이 이제 내 집에 있다.
거창하진 않지만 썬룸에서 느끼고 싶었던 아늑함과 따스함 그리고 물에 젖은 흙냄새가 나를 감싸네.
너무 오랜만의 휴식이다. 너무 오랜만의 글쓰기다.
내가 나를 진실하게 만나는 시간. 그 자체가 나에게는 힐링이고 휴식이다.
꼭 해야 하는 일들에 쫓겨 살다가 이제 3개월에 접어드는 이 시기에 나는.
마치 뿌리가 뽑힐 위기에 놓인 나무가 이리 휘청 저리 휘청하는 것처럼
안정감 없이 내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흩어져 있었다.
이런 각박한 나의 삶 속에 내 마음 쉴 곳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다.
글쓰기로 휴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참 다행이다.
엄마의 조심스러운 빗질에 헝클어진 딸아이의 머리가 정돈되어 가듯이
나의 마음의 결도 차분하게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갑자기 일하게 되었다. 집에 있으면서 저녁에 잠깐 대학원 공부만 하던 나의 일상은 바뀌었다.
아침에 아이들은 잠자리에 있고 남편은 일이 있어서 나갔다. 반려견 콩이도 이불에서 나오질 않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 나의 움직임을 따라 목만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반려견은 주인을 닮는다던데 우리 콩이도 야행성인 우리 가족들의 습성을 닮아가는가 보다.
지난주의 며칠 안 되는 날 동안 집안 곳곳은 이 물건 저 물건으로 뒤죽박죽 해져 있었다. 나는 마치 정리요정이라도 된 듯이 책은 책꽂이에, 옷은 옷장에, 수건은 수건장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냉장고에 쌓여있던 오래된 음식은 음식 쓰레기통에, 건조 통에 그대로 있던 마른빨래는 접고, 목마르다 외치는 화분의 식물들에는 물을 흠뻑 주고 텃밭의 깻잎들에도 물을 흠뻑 주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이 자리에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나의 최애 장소, 이곳은 여전히 좋다.
베란다에서 내다보이는 아파트 뒷마당의 풍경들이 반갑다. 오른쪽의 화분들과 왼쪽의 깻잎들이 싱그럽다.
나를 지켜내는 것의 소중함을 요즘 많이 느낀다. 내 마음을 지키고 내 감정을 지키고 내 생각을 지키는 것의 중요함 말이다. 내가 지켜져야 비로소 내 주변의 상황도 내 주위의 사람들도 지킬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 풀충전하자. 내가 받을 수 있는 좋은 에너지는 다 받아서 나를 충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