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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May 28. 2023

유리창 너무 초록

맑은 유리창 밖은 온통 초록이다. 

진한 초록색 동그란 철제 테이블 위로 물방울들이 빠르게 떨어진다.

초록 둥근 판 위의 빗방울들이 만들어내는 반짝거림은 나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투두둑, 투두둑….’. 물방울들의 소리를 상상해 보며 지금의 순간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어느새 시간여행을 했다. 15년 전 즈음에 살던 곳으로의 여행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녔던 그때, 내가 살던 곳이 이랬다. 큰 나무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곳을 걸어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고 쉬는 날이면 모래사장이 있던 놀이터에 가곤 했다. 그곳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고 모래 놀이를 하던 우리 아이를 지켜보던 나의 젊었던 시절로 잠시 다녀왔다.      


아침 일찍부터 어린 자녀들과 부모들이 카페에 와 있다.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이곳은 주말이면 으레 이런 풍경이 연출된다. ‘이곳에 내가 속해 있어도 되는가?’라고 생각되며 낯섦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카페는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카페 중간에 있는 긴 나무 테이블에 앉아서 바라볼 수 있는 전면 유리창 밖은 언제 보아도 즐겁다. 계절에 따라 나무와 꽃들이 새 옷을 갈아입고 계절의 빛과 현상들과 어우러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곳에 오는 차 속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째깍째깍’ 차 안에서의 좌회전 신호음과 바깥에서의 ‘쏴쏴’하는 빗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오늘은 왠지 글을 쓰기 좋은 날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에 젖어가는 나무와 풀들이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산해 내듯이, 나도 오늘 내리는 비와 함께 정서가 운치 있어진다. 내가 감정을 가진 인간인 것이 좋은 것은 바로 이런 경험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 가끔은 나 스스로 운치를 자아낼 수도 있다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카페 화장실 옆 안전문 옆에 골든 레트리버가 앉아 있다. 눈이 착한 이 아이에게 인사하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나를 쳐다보는 그 아이를 보며 웃음이 내 얼굴에 번지고 접혔던 마음도 펴지는 듯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많은 아이와 부모들이 카페에 들어온다. 더군다나 비도 오는데….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올 만큼 이 카페는 그들에게 좋은 곳인가 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에어컨 바람이 차게 느껴진다. 남방 하나 더 걸치고 온 게 다행이다.      


이제 하려던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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