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고 더하기
<따로 또 같이 쓰는 문장>
나는 그때, 미안하다는 말을 삼켰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삼켰다."
다른 이에겐 지나칠 정도로 자주 건네면서, 나보다 한참 어린아이들에게도 자주 던지면서 나에겐 참으로 인색했다.
계획한 일에 구멍이 뚫릴 때마다 나를 나무랄 뿐이었다. 너는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라고, 여태껏 제대로 한 일이 몇 가지나 있냐며 질책할 뿐이었다. 정작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왜 그랬는지 혹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없이 나를 미워했다.
나를 미워하는 일은 단순한 감정에 머물지 않았다. 그럭저럭 잘 이어가던 일 역시 결국 그렇게 될 거라며 의심을 품게 되었다. 새로운 일을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이 되어 갔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나를 버려두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일 년 이상이었다.
나를 버려둘 일을 참으로 다양했다. 작게는 내가 세웠던 작은 계획들을 실천하지 못하는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에서부터 그냥 벌어지고 있는 일 앞에서 그저 그렇게 운명처럼 나를 담가야만 했던 일까지.
어디 나만 그러고 살아왔을까!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이들 중에 그런 안타까운 순간을 맞이하지 않은 자가 어디 있을까! 모두들 드러내지 않았다 뿐이지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야기들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 앞에 놓인 일인데도 남일 대하듯 무심하게 지나치는 이들이 있었다. 분명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공감력이 없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책임감이 없다고 마음속으로 그들을 한없이 깎아내렸다. 하지만 그들은 나보다 강한 사람들이었다.
또 다른 이들은 당당히 맞서 나갔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할 말을 내뱉었고, 해결점을 찾으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결과가 항상 긍정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문제가 더 커져 있었다. 용감했기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변 환경과 사회가 아직은 그 용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한낮 몇몇 용감한 자들이 풀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 겁 없이 달려드는 이들은 크게 다치기도 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었고, 함께하던 공간을 떠나버린 이들도 있었다.
무심한 듯 보였던 이들
어떻게든 해결점을 찾으려 애쓰던 용기 있던 사람들
삶을 대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온몸으로 느끼기만 하는 나 같은 부류가 어쩌면 최악의 상태가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용기도 지혜도 없다.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았다. 용기가 있었던 이들은 신념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에겐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무심했던 이들은 자신의 삶을 묵묵히 돌보았다. 흔들림이 없었고, 계획한 일과 맡은 일을 무리 없이 해냈다. 그에 비해 나는 주변 환경에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했고, 나의 삶은 지켜내지 못했다. 그 시간들을 더해보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길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이제는 인정해 주자 마음을 먹어본다. 주변 상황에 민감하기만 한 나의 성향을 감싸주지 못했다. 앞뒤 상황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숫자만 세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정작 가장 따뜻해야 할 나에게 너무나 차가웠고 한없이 인색했다. 나를 버려두는 시간을 빼기로, 나에게 다정해지는 시간을 더하기로 다짐해 본다.
진심을 담아 '정말 미안해!'라고 말을 건네본다. 정말 잘 견뎌 내고 있는데 나의 그릇에서 하루하루를 잘 맞이하고 있는데 그렇게 질책하기만 해서 정말 미안했다고! 정작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고! 정말 속상했겠다고!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 본다.
이제는
나를 조금 더 돌보기로
나를 조금 더 사랑해 보기로
그런 시간을 더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