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따라 하기
피천득 작가님 <인연>
"나의 사랑하는 생활" 감히 따라 하기
<글향이의 사랑하는 생활>
친구와의 만남을 사랑한다. 내가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무엇 때문에 힘든지 캐묻지 않는다. 그저 만나서 산책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차나 마시자 편하게 말을 건넨다. 내가 편하게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언니와 함께했던 시간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대요!' 하며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십 년 전 즈음 함께였던 동료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으며 마음이 노곤해진다.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의 다정한 마음을 사랑한다. 그런 친구가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그 친구에게 어떤 존재일까 반성도 해 본다.
밤 산책길에 달을 바라보는 시간을 사랑한다. 세상에 오직 달과 나만 존재하는 순간이다. 달은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지만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한결같이 비춰준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휴대전화 앨범에 담아내려 노력한다. 달은 때때로 새침데기와 같아서 그 모습을 매번 허락해 주지는 않는다. 뿌옇게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구름에 숨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안쓰러운지 자신의 모습을 선명하게 허락해 주는 날이 있다.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진다. 앨범에 담긴 달의 모습을 사랑한다.
필사를 사랑한다. 필사하고 싶은 문구를 만났을 때, 공책과 연필과 지우개가 준비됐을 때 나의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연필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책에 있는 문구를 공책으로 옮겨준다. 틀린 글자가 있을 때,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지우개는 그 흔적을 깨끗하게 지워준다. 공책에 쓰인 나의 글씨를 보며 나의 손끝과 나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문장들이 녹아들어 갔을 거라 상상하며 행복감에 젖어든다. 공책을 선물해 준 친구의 마음을 떠올리면 남부러울 것이 없어진다. 이 모든 것을 사랑한다.
며칠 전 나에게 스피커를 하나 선물했다. 음질도 울림도 좋아서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후련해진다. 나의 마음속에 묵직하게 남아 있는 우울감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했다. 그리 고급스러운 물건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선물을 나에게 건넬 수 있어서 행복하다. 조심조심 사용해서 오래오래 행복을 느끼고 싶다. 스피커 하나에 행복을 찾아가는 나를 무척 사랑한다.
폭우가 쏟아졌던 어느 늦은 오후, 퇴근길이 무척 행복했다. 거센 빗방울에 나의 마음이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신호 대기 중에 와이퍼 작동을 멈추고 음악을 들으며 빗소리를 들었다. 거칠고 불편했던 무언가가 빗물과 함께 사라지기를 바라고 바랐다. 집에 무사히 도착했고,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요란하게 내린 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사랑한다.
화요일부터 블로그 포스팅을 멈췄다. 독서에도 포스팅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마음껏 게으름을 피웠고, 버림받은 아이처럼 나를 내팽개쳤다. 며칠 동안 포스팅이 없는 블로그에 이웃들이 흔적을 남겨 주었다. 네가 오지 않아도 너의 글을 꼼꼼히 읽고 있다고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주인이 자취를 감췄던 블로그에 찾아와 준 모든 이웃들을 사랑한다.
이런 감동의 메시지를 남겨준 이웃이 있었다. 흑흑흑 내가 뭐라고 이리도 사랑을 주시는지 너무나 고마웠고 또 고마웠다. 나를 기다리는 이웃이 있어서 참 행복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다정한 흔적을 남겨준 이웃을 사랑한다.
순간순간 행복을 찾으며 살고 싶다. 이웃들의 힘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 역시 이웃들에게 다정한 흔적을 남기고 싶다. 게으름을 피우더라도, 나를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더라도 이렇게 다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나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바란다.
피천득 작가님의 <인연>
"나의 사랑하는 생활"
감히 따라 하기 버전이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브런치스토리에도 남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