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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향기 Nov 26. 2024

지나치지 말자

교통 표지판을 보고 끄적끄적


 11월 25일 월요일 아침,  다른 날보다 아주 개운하게 눈을 떴어요. 일요일 9시부터 이미 쿨쿨 자고 있었거든요. 요 며칠 잠이 부족했었고, 감기 기운으로 몽롱한 상태가 이어져서인지 아주 정신없이 곯아떨어진 듯해요. 사실 12시가 조금 지나 눈을 한 번 뜨긴 했어요. '앗, 일요일 블로그 포스팅 망했다!' 아주 잠깐 생각했었지만 미련 없이 눈을 감았습니다.  어차피 놓쳤는데 잠이나 편하게 자는 거야! 생각하며 다시 아주 푹 잤습니다.




 평소처럼 아침을 열었지만 여전히 몽롱한 상태였어요. '블챌은 실패했구나!' 생각 때문이었는지, 주말이 지나면 감기가 저 멀리 떠나갈 줄 알았었는데 여전했기에 힘이 빠진 건지 머리가 비어있는 상태였어요. 다행히 몸은 평소대로 잘 움직여 주었습니다. 음악도 없이, 물만 들이키며 출근길을 그냥 그렇게 밟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신호 대기가 잦았어요. 이상하게 한 번 신호에 걸리면 다음 신호에서도, 또 그다음 신호에서도 대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만 그런 건 아니죠?  멍한 기운 때문이었는지 신호 대기 중에 표지판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어요.  

"신호 과속 안전모 단속, 후면 번호판 단속 중"

"후면 번호판 단속 중"

오늘은 이 여덟 글자에 꽂혔습니다. 천재가 숨어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도로 폭이 넓고, 통행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차들이 속도를 내는 구간이 있어요.  늘 '안전운전'을 외치는 1인이지만 저도 모르게 속도를 내는 그 구간이요.  계기판의 속도를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곤 하죠.  "단속 중"이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단속 카메라가 없는 경우에는 특히나 유혹이 많고요.




쌩쌩 달리던 차들은 단속 카메라를 보고 속도를 늦춰요. 내비 언니는 "땡땡땡" 경고음을 울려주고요. 근데 대부분의 차들은 쌩쌩 달리다가 카메라가 가까워졌을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속도를 낮춰요. 그러고선 다시 악셀을 밟지요.  제가 경험했던 운전자 대부분이 그랬고요. 저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저 '후면 단속 카메라'의 존재가 생기고부터는 아주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어요. 카메라를 만나기 전부터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다가 카메라를 등지고는 정말 엉금엉금 다들 조심하는 게 느껴져요. 어느 선에서 이 감시가 끝날지 확신할 수 없기도 하고요




교통 표지판을 보고 계속 속도를 늦추면요, 가끔 바보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다른 운전자들은 카메라 근처에서만 속도를 줄이는데 저는 규정 속도를 지키는 편이었거든요 -과거형이네요. 반성합니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와중에 뒤에서 빵빵대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카메라가 단속하고 있는 구간에서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만 잘하는 거죠. 학창 시절 선생님 앞에서만 '~하는 척'했던 얄미운 친구들처럼요.




정말 꼭 속도를 줄여야 하는 구간이라면 후면 단속 카메라 설치, 정말 최고입니다. 정말 엉금엉금 거북이 대행진이 펼쳐지니까요.



누가 생각해 낸 걸까요?  '단속 카메라가 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서 문제다!'라는 고민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거겠죠?

 '카메라의  방향을 바꾸어 보자.'




제가 애정하는 교통 표지판이 하나 있어요. 색깔 유도선이요.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아주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저는 공간 지능이 50점 이하인지라 길치에 방향치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요.  유도선 덕분에 목적지로 향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답니다. 소문에 의하면 도로공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의 아이디어였다고 해요.  아이디어를 냈을 당시에는 도로에 색을 입히는 것이 불법이어서 실제 유도선이 도로에 그어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내비 언니 없어도, 지도 없어도, 길 잘 찾아가는 분들이야 딱히 차이점을 모르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요. 시간뿐 아니라 기름값까지 절약할 수 있었고요. 더불어 상대와의 신뢰도 무너지지 않고 있죠. 나들목을 빠져나가지 못해서, 다른 곳으로 빠져서 약속에  늦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요.





불편한 점을 혹은 남들이 힘들어하는 점을 그냥 넘기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해 준 누군가 덕분에 세상이 조금 더 괜찮아지고 있는 거죠.







교통 표지판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요. 저 역시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요.

'아, TV가 천장에 붙어 있었으면 좋겠다.'

 TV 보기를 좋아하고, 누워있는 걸 좋아한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겠죠. 생각을 고민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누군가는 벽걸이형 TV나 빔 프로젝터를 만들 수 있었고요. 만약 그때 제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부해서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을 했다면 저의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자, 그렇다면 이제는 머리는 굳어 버린 데다가 읽은 책 제목도 기억이 안 나서 맨날 퀴즈 놀이만 하고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오늘처럼 이렇게 불현듯 떠오른 생각들을 얼른 기록으로라도 남겨 보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이런 생각도 정말 금방 사라져 버리니까요.  오늘 기록의 이유입니다.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이거 불편한데!

이런 건 왜 없는 거야?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겠어요. 생각을 이어보겠습니다. 대박 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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