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블친이 생겼었다. 아주 잠시동안
최근에 새로운 블로그 이웃들이 생겼다. 예전엔 '서로 이웃' 메뉴를 쓰지 않았다. 나에게 서로 이웃을 신청하는 분들의 닉네임에서 목적의 향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동안 이웃 수를 늘리지 않았었다.
꾸준하지는 않았지만 블로그를 일 년 정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닉네임에서 풍기는 향기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100퍼센트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일 년 만에 "서로 이웃" 메뉴를 활짝 열어 놓았다. 이웃 수를 좀 늘리고 싶은 마음도 생겼고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웃을 신청하는 분들은 많지 않았다. 김칫국부터 마셨었구나. 하하하.
고맙게도 시간을 내어 나의 블로그에 찾아와 주는 이웃님들이 있었고, 나 역시 자연스럽게 답방을 가게 되었다. -블로그는 정말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더욱 애정이 생긴다.- 그러면서 이웃님들의 이웃을 알게 되었고 또 나와 비슷한 느낌의 블로거들에게 용기를 내어 이웃을 신청하게 되었다.
여름쯤이었을까? 고딩 이웃이 생겼다. 고딩님은 고3이었고 그래서 글은 아주 가끔 남기곤 했지만 올리는 글의 내용이 꽤 심오했고, 술술 읽혔다. 무엇보다도 주로 인별그램을 많이 사용한다는 10대가 블로그를 한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딩님이 나에게 먼저 "서로 이웃"을 신청해 주었다. 처음엔 고딩인 줄 몰랐다. 꽤 심오한 내용의 게시글을 보고 "수락"을 눌렀는데, 나중에 보니 고딩이었다. 조금 얼떨떨했다.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웃을 신청해 준 점이 참 고마웠고, 고3이라 바쁜지 드물게 올라오는 글에 용기 내어 '공감' 버튼을 눌러 주었다. '고3님, 힘내세요!'의 의미도 있었다. 풋풋한 10대의 귀여운 고민과 에피소드에 나 역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다녀올 수 있었다. (소곤소곤) 글을 보니 인별그램에서 주로 노는 듯했다.
그리고 최근, 아마 내가 먼저 '서로 이웃'을 신청했을 거다. 짧으면서도 메시지가 아주 분명한 글을 올리는 이웃이 생겼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이웃님의 블로그에 오가면서 인연을 쌓아갔다.
그런데 며칠 전, 이웃님 게시글의 한 문장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더더군다나 점점 크게 확대되면서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었다.
'대박, 중딩이 블로그를 한다고? 중딩이 이렇게 글을 잘 쓴다고?'
충격이었다. 기쁨과 놀라움을 한가득 안고 게시글에 바로 비밀 덧글을 남겼다.
친구 없이 홀로 블로그를 하고 있을 이웃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심 응원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블로그를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블로그가 글쓰기를 위한 좋은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콕 박혀 있다-
조금 후에 나의 중딩님이 답글을 올려 주었다.
'세상에 중딩님이 덧글까지 남겨 주신다!'
나의 눈에 들어왔던 "나는 내년이면 중학교 3학년이 된다."의 문장은 소설 속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글이 너무 생생해서 나는 이웃님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웃님이 한참 웃으셨단다.
에효~ 중딩이 블로그를 한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다른 게시글을 봤어야 했다. 그 과정을 건너뛰고 덧글을 남긴 것이었다. 이 덜렁대는 성격을 어따 써먹을꼬? -그러고 보니 오늘 글의 글감으로 써먹었다.-
이웃님의 글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너무 생생해서 어느 것이 정말 이웃님의 이야기인지, 어느 것이 소설 속 한 장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진짜 이웃님의 이야기가 맞는 것 같은 글도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님은 컨셉을 잘 잡으신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나의 이야기를 올리면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가?' 의문을 품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웃님은 독자를 이미 헷갈리게 만들었으니 진짜 이웃님의 이야기를 올리더라도 독자는 그게 진짜 누구의 이야기인지 확신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를 글로 올려도 되냐고 이웃님께 물어보았다. 괜찮다고 허락해 주셨다. 처음엔 재미로 올리려고 했는데, 글을 올리다 보니 '글을 쓰는 또 하나의 방법'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최근 인연을 맺은 이웃님과 생긴 에피소드를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이런 에피소드 다들 갖고 계시죠? SNS를 하며 글을 쓰다 보니 훈훈한 이야기가 쌓여가네요.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