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활기차게 보내겠습니다
2025년 4월 3일, 드디어 열여섯 분의 작가님들을 영접하게 된다. 16시간 중에 한 시간을 부서 정하기로 보내 버리다니! 작가님들의 습작 시간이 줄어들었다. 16시간도 턱없이 부족할 터인데. 토닥토닥 괜찮아. 15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면 되니까.
아, 오늘이 오기까지 지나온 순간들이 떠오른다.
2025년 2월 17일 6학년 선생님 세 분과 처음 만난 날, 1인 1 연구 주제, 각종 행사일 점검, 연구 교과, 학급 뽑기.... 셀 수 없는 일들이 한순간에 이뤄진다. 질문-협의-결정의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각종 협의회, 학년 업무를 정하는 시간도 빠지지 않았다. '제가 할게요!' 다섯 글자가 오가며 분위기는 점점 훈훈해진다. 앗! 갑자기 동아리 시간이 궁금해진다. 작년에 3학년 담임을 하며 '꼬마작가부'를 운영했던 나, 학생들이 열심히 해 줘서 뿌듯했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한지라, 올해에도 작가부를 운영하고 싶다. 더군다나 6학년이면 글쓰기 수준이 제법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동아리는 몇 시간인가요?"
"동아리? 10시간 정도 될 거예요."
"10시간이요?"
아니 6학년 동아리는 왜 이리 시간이 적을 걸까? 너무 아쉬웠다.
-다행히 작년 3학년과 마찬가지로 16시간 동안 운영된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했다.-
"작년에 동아리 뭐 하셨어요?"
"뭐 하시려고요?"
"작가부 하고 싶습니다."
혹시나 희망하는 부서가 겹쳐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간절했다.
"오, 글 쓰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2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침을 튀기며 글 사랑 내 마음을 전달했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원하는 부서와 겹치지 않는다고 나를 편안하게 해 주신다. 아, 정말 기대된다. 6학년 학생들과는 또 얼마나 보람된 시간을 갖게 될지.
3월 27일(목) 6교시, 대망의 첫 동아리 시간! 동아리 부서를 정하는 시간이다. 6학년엔 영어 선생님 지원 포함 총 다섯 개의 부서가 운영된다. 과연 우리반 학생들은 자의로 작가부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가위바위보에 진 학생들이 대거 모일 것인가! 학생들만큼이나 나 역시 떨린다. 앗, 네 명 중 세명의 학생이 스스로 작가부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입이 귀에 걸리기 시작한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얘들아, 어서 와. 글 쓰게 해 줄게!'
나만 아는 미소를 씨익 짓는다.
다음 날이었을까?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넨다.
"선생님, 저 작가부입니다."
앗, 세상에 다른 반 작가님 한 분이 먼저 다가와 주셨다. 과연 손을 들고 '작가부 하겠습니다!' 외쳤을까? 아니면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리를 채워준 걸까? 입이 근질거렸으나 나는 입단속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리고 다정한 한마디를 건네며 배꼽 인사로 답했다.
"작가님, 동아리에서 뵙겠습니다."
여학생이 웃으며 어쩔 줄 모른다.
이제 오늘 6교시 작가님들을 모신다. 작가님들의 습작노트는 모두 준비되었다. 습작 노트에 그들만의 이야기가 가득하길,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기를.
'작가님들, 우리 즐겁고 유익한 시간 만들어 봐요. 곧 뵙겠습니다.'
"작가부"의 첫 시간을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저의 습작 노트에 이 글을 미리 써 보았습니다. 간단한 소개 후, 작가님들께 이 글을 읽어 드렸습니다.
"자, 이번에는 작가님들 차례입니다. 작가부 교실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써 보세요."
역시나 예시를 보여주니 추가 설명은 필요가 없었네요.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연, 내가 원하는 동아리는 영화 감상부였다는 사연, 원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그나마 수학 창의부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사연, 친구 따라 작가부에 왔다는 사연,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글의 길이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작년 3학년 꼬마 작가들과 비교한다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내 문장이 엉터리일 수 있다는, 맞춤법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필터를 이미 장착 완료한 듯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예시가 더 필요할 듯 보입니다. 마구마구 찍찍 그어져 있는 앞뒤가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이 가득한 저의 공책을 더 보여줘야 할 듯합니다.
작가 지망생이 작가부를 운영하며 배우는 것이 더 많을 듯합니다. 남은 열네 시간도 활기차게 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