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가 서서히 물러가는 시간, 피로를 풀고 목을 녹이기 위해 항남탕을 찾았다.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뒤로 밀려나고 따뜻한 온기와 희미하게 물안개 피어올랐다. 익숙한 듯 온탕 앞자리를 지키고 앉은 할머니 두 분의 나지막한 이야기가 잔잔한 물소리에 섞여 퍼져나갔다.
“이제 겨울이라 강지(강아지) 목욕시키고 새 옷 사입혀야 돼”
“고양이는?”
“고양이는 1년에 두 번만 씻기면 돼”
“가만있나”
“목덜미를 요래 잡고 씻기면 가만히 잘 있는다”
“순하네~”
< 그림 제공 : 지은 > 할머니들의 소소한 일상 얘기와 온탕의 따뜻함에 나도 모르게 나른해졌다. 눈꺼풀이 무거워질 즈음,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며 툭 한마디를 던졌다.
“왜 이렇게 조용해?”
“사람이 없으니까 조용하지”
짧고 단순한 대화 속에서도 경상도 특유의 쿨한 매력이 느껴졌다.
< 그림 제공 : 지은 > 새벽 다섯 시를 넘기자 목욕탕은 점차 북적이기 시작했다. 내부를 가득 채우는 물장구를 소리, 세신사에게 몸을 맡기고 뒤돌아 누운 사람, 뜨거운 사우나에서 묵묵히 버티는 이들까지.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풍경이 목욕탕을 채워갔다.
통영 사람들의 간결하면서도 정감 어린 말투, 그 속에서 담긴 소박한 일상과 평범한 풍경, 따뜻한 온기로 모든 것을 품어내는 항남탕은 통영의 일상에 한 걸음 다가가,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