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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양 Dec 22. 2024

밤의 종점 그리고 아침의 기점, 부일식당

통영이야기

서호동의 고요한 새벽을 밝히는 부일식당은 문을 여는 즉시 손님들로 북적인다. 술을 좋아하는 바닷가 사람들의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으로 시작한 복국은 어느덧 50년 가까이 통영의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왔다.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김영아 사장님을 만나, 복국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와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비결을 들어보았다.     


부일식당은 약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를 이어 운영해 오신 건가요?

네.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딸 넷 아들 하나 중 둘째 딸! 부모님께서 1978년도부터 이 자리에 터를 잡으시고 장사를 시작하셨어요. 엄마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외할아버지가 복어를 잡아 오시면 국을 끓여 드셨답니다. 그때는 메주콩을 같이 넣어서 그 콩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고아서 드셨다네요. 그래서 무슨 장사를 해볼까? 하시다가 바닷가 사람들이 워낙 술도 많이 드시니 해장국을 생각하다가 ‘아! 내가 끓일 수 있는 복국을 하자’해서 부일식당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요? 혹시 특별한 영업 철학이 있으신가요?

아마 저희 부모님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성실하고 부지런할 겁니다. 그 부지런과 성실함이 지금의 우리 집 역사를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전에 손님들도 그렇게 말했다네요. 이 집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너무 열심히 하니까 또 오고 싶다고. 항상 찾아주시는 고마운 단골손님들 덕분에 저희가 존재하는 것이니 그때나 지금이나 열심히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영업철칙이라고 하기까지는 그런데 ‘절대 이유 없는 휴무는 하지 않는다!’입니다. 싸웠다고 쉬고 기분 나쁘다고 쉬고. 뭐 이런 일은 절대 있으면 안 되고,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네요.          


복어는 주로 회나 튀김으로 먹어봤는데, 복국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복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이 있나요?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복은 흔히 ‘쫄복’이라고 부르는데, 학명으로는 복섬이라고 하는 아주 조그만 복이에요. 이 녀석은 다른 복어의 새끼가 아니고, 종이 따로 있는데 다 커도 손가락만 하게밖에 안 자라서 쫄복쫄복이라고 부릅니다. 쫄복은 다른 큰 복보다 국으로 만들었을 때 더 시원하고 깊은 맛을 냅니다. 그런데 너무 조그마해서 뼈째로 손님상에 올리면 뼈를 발라 먹기가 번거로워 1978년 오픈 때부터 뼈를 발라서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일명 순살쫄복! 손님들이 완전 좋아하십니다.           


복국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함께 나오는 초장, 쌈장, 다대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드시는 방법은 손님마다 진짜 다양해요. 첫째, 아무것도 안 넣고 내어드린 그대로 드셔도 좋습니다. 두 번째, 식초 몇 방울을 넣어서 먹는다. 세 번째, 양념 다대기만 넣어 먹는다. 네 번째, 식초와 양념 다대기를 같이 넣어 먹는다. 다섯 번째, 이건 내륙지방 사람들이 종종 먹는 방법인데, 후추를 넣거나 참기름 몇 방울을 넣습니다. 마지막은 제가 먹는 방법인데요, 같이 나오는 파래무침을 국에 풀어서 먹습니다. 파래에 식초가 들어있어서 따로 넣지 않아도 되고 한입 뜨면 통영 바다를 마시는 기분이어서 좋아합니다. 손님들께 권해드리면 백발백중 완전 좋아하세요. 그리고 초장은 쫄복이랑 콩나물, 미나리를 찍어 먹는 것이고 쌈장은 병어회랑 고추. 마늘을 찍어 먹는 용도입니다. 외지사람들은 초장 대신 와사비간장을 찾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것도 식성대로...     


부일식당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방문하시나요? 등산객이나 어업 종사자분들이 많은지, 단골손님이 많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원래는 새벽 4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3년 전 부모님이 은퇴하시면서 새벽 6시로 제가 영업시간을 변경했습니다. 오시는 손님들 질문 중 하나가 ‘4시 30분에 누가 식사하러 오시냐?’였거든요. 그때도 오세요. 제가 가게를 시작한 게 벌써 20년이니... 그 시간에는 가게 마치고 오시는 분, 낚시하러 가시는 분, 밤낚시하고 오시는 분, 장사 시작하러 오시는 분, 밤새 고스톱 치고 오는 분들... 참 사연도 많고... 혹 가다가 술이 덜 깨서 가게 와서 주무시는 분도 계셔서 제가 6시로 늦춘 건지도 몰라요. 요즘은 주말에 거의 관광객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경기가 안 좋은데도 많이 찾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기존 단골분들도 있고 여객선터미널이 있으니 섬에 오가는 분들도 많이 오시고... 덕분에 오늘 만났잖아요.     

     

부일식당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사장님의 성실함과 맛있는 복국, 그리고 ‘덕분에 오늘 만났잖아요’라는 말에 담긴, 손님들과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는 방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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