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모양 Dec 20. 2024

하늘과 맞닿은 이야기, 통영 목욕탕 굴뚝

통영이야기

 통영의 거리를 걷다 보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높이 솟은 목욕탕 굴뚝이 시선을 위로 이끈다. 유독 통영에는 목욕탕이 많고, 그곳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굴뚝이 눈에 띈다. 왜 굴뚝을 높게 만들었을까? 통영에 목욕탕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통영의 목욕탕 문화는 1910년대 일본인들이 이곳에 대거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에 의해 상업과 수산업 도시로 변모하며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목욕탕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초창기 목욕탕에서는 석탄을 연료로 사용했는데,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석탄 가루는 위생 문제를 일으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굴뚝을 1m 이상 높게 세우도록 규정했으며, 화재를 막기 위해 불에 강한 붉은 벽돌로 굴뚝을 만들었다.      


 하지만 통영을 비롯한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굴뚝은 대부분 둥근 모양이다. 왜일까? 이는 1950년대 이후 석탄 대신 기름보일러가 사용되면서 굴뚝에서 더 많은 매연이 배출된 데서 비롯되었다. 부산과 같은 산악 지대에서는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 높은 곳에 있는 주택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굴뚝을 더 높게 지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벽돌 대신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둥글고 매끈한 굴뚝으로 설계가 변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 사람들은 회색빛의 단조로운 굴뚝에 하얀색이나 하늘색 페인트를 칠하고 목욕탕 이름을 적어 광고탑으로 활용했다. 이 독특한 굴뚝 스타일은 부산에서 시작해 경상남도 일대로 퍼져 나갔다. 통영의 목욕탕 굴뚝 또한 이 같은 영향을 받아 둥글고 높은 형태를 띠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연료가 LNG가스로 대체되면서 굴뚝이 그리 높을 필요가 없어졌다. 굴뚝을 철거하려면 건물 전체를 허물어야 하거나 최소 5~6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 쓰임을 잃은 채 방치되고 있다. 그러나 굴뚝이 품고 있는 시간과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이 되어 여전히 하늘을 향해 서 있다.


자료 참고 : <https://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788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