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여유가 사라지고, 옛것의 가치를 쉽게 잊는다. 통영 돌샘길은 예스러움을 온전히 간직한 공간으로, 백 년 이상 된 서까래와 대들보, 돌담과 기와, 탱자나무까지, 오래된 것들을 재료로 삼아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이 공간에서 낡은 것들이 지닌 고유한 멋과 깊이 있는 무게감이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대표님을 만나,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이 공간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남편이 통영에서 건축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목재상이 철거되면서 서까래와 대들보 같은 귀한 목재가 버려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지금은 구하기조차 어려운 나무들이 백 년의 세월을 간직한 채 사라져 가는 것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들을 가져와 창고에 보관했죠. 그런데 그대로 두니 나무에 벌레가 생기고 훼손될 위험이 있어, 더 의미 있게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이 목재들을 기반으로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업사이클링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건가요?
네, 그렇죠. 특히 남편이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이 공간의 테이블은 툇마루 원목으로 제작된 것이에요. 테이블 아랫부분이 더 두꺼운데, 짧은 치마를 입은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일부를 가렸죠. 문 옆의 돌담은 기존에 있던 돌을 재활용해 쌓았어요. 건물 옆에 새 도로가 생기면서 버려진 돌을 가져온 것이죠. 또한, 기와도 기존 것을 맞춰 활용했고, 주문받는 곳의 길쭉한 등은 바닷가에서 발견한 뗏목을 재활용해 만들었어요. 이 뗏목은 소금물을 먹어 희게 변한 독특한 색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 공간에서 손님들이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많은 분들이 대들보나 오래된 자재들이 가진 세월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그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면서 옛것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고개를 살짝 들어 ‘아, 이런 것이 있었구나’ 하고 옛것의 소중함을 느껴 보셨으면 해요. 또 한 가지는, 이 공간에 담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들입니다. 통영의 색채를 담기 위해 지역 작가와 장인들의 작품을 함께 배치했어요. 공간을 둘러보시며 이들의 작품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