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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양 Dec 24. 2024

봉수골 끝자락의 작은 바다, 화연보리밥

통영이야기

통영의 봉수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화연보리밥 문턱에 닿는다. 손님이 빠져나간 늦은 시간에도 혹시나 아직 식사하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 문을 열어두는 곳.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겨운 나무 식탁과 함께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가 나를 반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보리밥과 낙지볶음이다.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지만, 혼자서도 꼭 맛보고 싶어 과감히 낙지볶음 2인분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 곳곳을 둘러보았다. 외부에는 화분을 심은 옹기들과 장작과 오늘의 특별 메뉴가 적힌 입간판, 나무 단면을 활용한 메뉴판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내부에는 사장님의 영업 철학이 적힌 메모, 각종 약초의 효능을 설명한 글귀, 그리고 짚으로 만든 옛 물건들이 벽에 걸려있다.     


“식사 나왔어요~”

사장님의 밝은 목소리에 자리에 앉으니 설명이 덧붙는다.

“게 먹을 줄 알아요? 직접 잡은 꽃게예요. 그리고 보리밥에 낙지, 콩나물, 김가루 넣고 비벼 먹으면 더 맛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보리밥과 함께 제공된 반찬들은 전부 바다의 풍미를 가득 담고 있었다. 김치, 파래무침, 멸치볶음, 파김치, 가자미조림, 꽃게찜까지 짭조름하면서도 맵지 않아 밥숟가락을 자꾸만 더 들게 만든다. 낙지볶음은 부드럽고 쫄깃한 낙지에 달콤한 양파와 고소한 깨가 어우러지고, 된장찌개에는 꽃게가 들어 있어 국물 맛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이 모든 음식이 구수한 보리밥과 만나, 건강하고 든든한 한 끼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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