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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양 Jan 10. 2025

사당 출발 4-3번 칸 모임

서울이야기

 작년 여름, 친구들과 청도로 여행을 갔다. 나는 서울에서 먼저 출발했고, 기차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었다. 친구가 탈 기차역에 가까워질수록 설레는 마음이 커졌다. 그러다 문득 사당역 열차 4-3번 칸이 떠올랐다.     

 새벽 5시쯤, 서울역으로 가기 위해 2호선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던 중이었다. 총신대입구 방면 열차가 들어왔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과 함께 4-3번 칸에 올랐다. 피곤함에 눌린 채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조금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 때마다 눈을 떠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 있었다. 자주 등산을 같이 가는 모양이다. 서로 아이젠을 챙겼냐며 물으며 안부 인사를 대신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매번 이 열차 4-3번 칸을 타는 걸까? 문득 모임 이름이 궁금해졌다. 그때, 우리 할매가 좋아하는 노래교실 이야기가 들려왔고, 호기심에 이어폰을 뺐다.     

 “시간이 맞아야 가지”

 “넷째 주 일요일은 무조건 빼놔”

 “노래교실은 날짜를 알아야 해”


 대화의 흐름은 산으로 가듯 이리저리 흘렀다.

 “둘이 옷이 똑같은 것 같애”     

 “수강료가 지금은 올라서 15만 8천 원이야”

 “선생님이 거기서 자기가 그걸 하는 거야”

 “선생님한테 팁을 주는 거야”

 “이벤트를 갔더니 막 밴드에다 너무 어지러운 거야”

 “거기는 하루 이틀이면 나가”     


 “지난달에 해돋이 보러 가면서...”

 “안에 털 들은 거 입고 왔지?”

 “속에 패딩 입을래니까 좁아서 에라 모르겠다 속에다 내복에다 그냥 입었어”

 “발 빠짐 주의, 발 빠짐 주의”

 “핫팩? 5개? 6개? 그렇게 추운가?”


 “이번 역은 서울역, 서울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내리자 내리자”

 순식간에 열차는 텅 비었다. 4-3번 칸 모임 사람들은 공항철도로, 나는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엔 서울 지하철역 대신 00행 열차 00시 4-3번 칸에서 만나자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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