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한 순돌이

시골이야기

by 이모양

아침마다 순돌이 물그릇이 꽝꽝 얼어붙는 겨울이었습니다. 이런 날 따뜻한 온돌이 아니라 차가운 길바닥에서 잔다면 입이 돌아감은 물론, 저체온으로 사망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우리 순돌이가 옆에 없다면 말이죠.


애주가인 아버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취한 상태로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관문까지 10m가 채 되지 않는 마당을 지나지 못하고 그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아이고 어떡하죠. 아버지는 버스가 하루에 두 대 지나가는 시골마을에 혼자 살고 있어 밤늦은 시간에 전화할 사람도, 주변을 지나치는 사람도 없습니다. 아침에서야 옆집 아재에게 혼나며 일어날 테지요. 하지만 다행히 아버지에겐 순돌이가 있습니다. 순돌이는 아버지 옆에 꼭 붙어 누워 자신의 체온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개의 체온은 38~39도로 사람보다 1~2도 높은데요, 게다가 순돌이는 왕크니까 더 골고루 전달할 수 있습니다. 세수와 모닝콜 서비스도 있다고 하는데요. 눈을 뜰 때까지 얼굴을 핥아 깨워주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아버지는 순돌이 물그릇처럼 얼지 않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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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택시 기사님의 주장은 다르다고 하는데요?! 순돌이가 아버지를 추위 속으로 밀어 넣은 장본인... 아니 장본견이라고 합니다. 우리 순둥순둥 순돌이가 정말 그랬을까요? 기사님과 아버지 대화를 살짝 엿들어 봅시다.
"니 내려서 순돌이 쳐다보지도 말고 곧장 집에 들어가라. 알겠제"

"아니 순돌이가 좋다고~ 좋다고~~ 그래~~~ 꼬리를 흔들어 대는데 거 매정하게 어떻게 지나치노"

어머! 아버지가 바람이 매섭게 부는 마당에서 자도록 만든 범인이... 아니 범견은 다름 아닌 순돌이였네요!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순돌이를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쓰다듬다가 잠이 든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잠시를 못 참고 잠이 들 걸 알면서도 순돌이에게 간 것이고요. 벌써 두 번이나 순돌이와 함께 겨울밤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포근한 집에 들어가지 않고 꽁꽁 언 바닥에서 같이 있어주다니.. 순돌이는 정말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어찌 됐든 순돌이는 아버지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한 생명의 은인이네요~ 아버지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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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