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헤어질 결심.
원래 영화로 보고 싶었다. 많이 기다리던 영화였다. 상영관에서 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기왕에 늦은 거, 원작을 찾아 읽어보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 각본이었다.
영화를 보지 않고 즐기는 나의 세 번째 경험이었다.
첫 번째는,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일이다.
두 번째는, 영화의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OST가 아니라, 영상을 제외한 영화의 모든 소리를 듣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온전한 영화로 볼 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씬과 씬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그리고 참 많은 종류의 효과음과 음악이 사용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운드 트랙을 듣기 시작한 것이 그때 이후였다.(내가 좋아하는 어지간한 영화 음악은 한스 짐머가 다 해 먹고 있다는 것도 그 이후로 알게 되었다.)
세 번째가 바로 각본으로 읽는 것이었다. 각본을 소설 읽듯이 읽으니 호흡이 굉장히 빨랐다. 물론 상영시간보다는 오래 걸렸지만, 지문이 많아 휘리릭 넘길 수 있었다. 그 경쾌한 리듬이 좋았다.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마치 연기를 디렉팅 하듯이 읽게 되었다. 영화를 영화로 볼 때 보다 더 연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소설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담은 풍경화라면, 각본은 여러 장의 정물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앉아 집중해서 영화를 본 지가 꽤 오래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매일 같이 빌려보던 비디오가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