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리스틱, 펀더멘탈, + AI

Feat. 이연복 쉐프

by 아스파라거스

나는 휴리스틱heuristic에 기반한 문제 해결에 익숙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반대의 문제해결 방식인 펀더멘탈fundamental - 알고리듬algorithm - 합리성rationality 같은 것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걸 좇는다기 보다는, 적어도 몇몇 분야에 대해서는 일정 이상의 체계적인 학습과 훈련이 더해진다면,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당구로 예를 들어보자면,

나는 경험과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의거하여, 직관적으로, 대충 적당해 보이는 답을 찾고, 빠르게 공을 치는 편이다. 나와 같은 부류들은 150(초중급) 정도까지는 쉽게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기는 힘들며 기복이 심하다.
반면, 펀더멘탈이 좋은 친구들은 학습과 훈련에 기초하여, 분석적이고 이성적으로, 가장 정확한 답을 찾아, 안정적으로 치는 편이다. 이러한 부류들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리지만, 나와 같은 부류에 비해 더 많은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금에 와서 당구에 관해 한 달 정도만 체계적인 훈련을 한다면, 나의 실력은 분명히 보다 나아질 것이다.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게 될 것이다. 휴리스틱에 펀더멘탈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이제와 당구 실력을 늘리겠다는 선택을 할 리는 없다. 그것은 매우 번거롭고, 쓸모가 그리 많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너무 단편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그만큼 대표적인 사례라 생각을 하기 때문에), 휴리스틱에 펀더멘탈을 더하는 일은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전제는 휴리스틱이다. 절대 펀더멘털을 갖추고 휴리스틱을 더하는 일은 없다. 기질과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고, 두 개념의 서로 다른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펀더멘탈(분석적이고, 이성적이며, 알고리즘적인)을 확보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펀더멘탈이란, 휴리스틱과는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써,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체계 위에서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감각적이지 않은 것이며, 학습을 필요로 하고, 논리와 데이터에 의해 재현 가능한 것들을 의미한다. 때문에 펀더멘탈은 무겁다. 기민하지 못하고, 많은 리소스를 필요로 하며, 느리다.


모든 판단에 있어 펀더멘탈이 휴리스틱을 보완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한적이지 않음을 추구하려는 펀더멘탈의 제한적인 펀더멘탈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제한이 무서운 속도로 풀려가고 있다. AI의 발전이 휴리스틱을 보완해 줄 펀더멘탈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AI자체를 휴리스틱이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완전한 합리성을 가질 수는 없지만, 엄청난 보완재임은 분명하다. 특히나 자연어의 지위가 메타-메타에서 메타로 바뀌어 가고 있다. AI와 소통하기 위해 별도의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는 인간의 휴리스틱과 그 인지적 편향을 교정하는 데에 있어, 이제 그 어떤 장벽도 없다는 것이다. 휴리스틱의 한계를 보완해 줄, 보편성을 가진 가벼운 펀더멘탈의 시대가 왔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수용이냐 거부냐의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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