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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Oct 31. 2023

왕따 아빠


아빠는 왕따였었다. 가족들로부터가 아니고 스스로 왕따로 살았다.     


‘아빠는 식성이 까다롭다’고 생각했다. 엄마 손맛으로 잘 차려진 식탁이  불만인 아빠, 소식하는 아빠에게는 잘 차려진 엄마의 식탁이 오히려 부담이었는지 끼니때마다  투정이었다.

‘맛만 있구먼.’ 무서운 아빠를 감히 눈 맞춤하고 말대답은 못했지만  우리는 ‘맛있다’를 연발하며 엄마를 응원했다.     


그런 아빠가 군소리 없이 즐겨 드시는 음식이 있었으니 두부 새우젓국이었다.

길쭉길쭉 썬 두부와 반달 모양 호박을 새우젓으로 간하고 보글보글 끓여 파 송송 올리면 끝. 그 쉬운 음식이 최애 음식이었다는 것을 어린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오 년 전 갑자기 아빠가 세상을 떠나셨다. 아빠를 추모하듯 이제 내가 새우젓국을 끓인다. 조미료에 민감한 나도 나이 들어가면서 음식에 예민해졌다. 어느 날 흉내 내듯 끓인 젓국이 내 입에 딱이었다. 새삼 아빠를 향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같이 수저 담그며 “아빠 이거 맛있어요.” 한마디만 섞었더라도 아빠는 식탁에서 외롭지 않았을 텐데.  

   

뒤늦은 후회가 슬프지만 내 안에 새로이 살아나는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때 늦은 용서를 구한다.

할아버지를 닮은 아들에게 새우젓국 한 그릇 끓여주고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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