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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Jun 26. 2024

패러글라이딩

43.




얼마만인가, 휴대전화에  찍힌 연이 이름만으로도 지만은 눈가가 뜨거워졌다.


" 오랜만이죠 잘 지내셨어요 어르신?"

" 연이 씨, 맘 아파서 어째요. 뭐라 위로할 말도 못 찾겠어요. 미안해요. 괜찮은 거예요?"


반가움과 안타까움 이 뒤범벅되어 서툴게 말했어도 연이는 그 마음을 찰떡 같이 알아들었다. 발인에 지만이 다녀갔다는 것을 화장하는 동안  딸에게서 들었다. 마주 서서 손 한번 잡지 못하고 어두운 새벽길을 돌아가는 마음이 어땠을까 연이는 오히려 지만이 안쓰러웠다.


" 발인에 다녀가셨다고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찌 알았어요?"

" 딸이 어르신 서 계신 거 잠시 뵈었다고."

" 그랬군요. "


지만은 그 새벽 수척한 연이 모습이 생각나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자식을 앞세우는 어미 심정을 말해 무엇할까. 섣부른 위로도 할 수 없었다.


" 연이 씨 털어낸다고 털어지는 검불이 아닙니다. 가슴에 깊이 묻고 다독다독 하세요. 먼저 갔어도 내 자식입니다. 좋은 세상 많이 보고 나중에 만나서 웃으며 얘기할 수 있도록 여행 잘하고 와요.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지는 말아요. 나도 연이 씨가 보고 싶어요."


다정한 한마디 한마디가 연이를 토닥이자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시린 가슴이 봄물처럼 녹아 따뜻하게 흘렀다.


통화버튼을 누르기 전 연이는 액정화면보면서 한참 동안 망설였다. 팔십 년 사는 동안 가장 위로받았던 시간, 존중받는 느낌이던 지만과 함께한 사랑을 끝내고 본래 연이의 자리로 돌아가겠다 마음먹었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서 소리치는 간절한 여자의 외침이 손가락을 붙잡았다. 그렇게 애쓴 보람도 없이 연이 굳은 마음을 지만은 몇 마디 말로 허물었다.


패러글라이딩이라고 했다.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하늘 가까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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