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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Jun 25. 2024

비행결심

42.





   “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80세 어머니가 비행하고 싶어 하시는 거 마음은 이해하지만 안 될 일이죠. 더군다나 걸음도 못 걷는 다며 이륙은 어찌하고 착륙은 또 어찌하게요.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누가 굳이 하겠다고 그랬나 예약자 명단에 올렸다고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조교라는 직원이 씩씩 거렸다. 어려우면 그냥 안 된다 하면 될 것을 이렇게 사람을 모질이 취급해야 하는지 듣던 선영이 욱해서 한마디 했다.     


“ 누가 꼭 태워달라고 했어요? 그냥 묻는 거잖아요. 물어도 못 봐요?”     

 모니터 앞에 앉은 여자 눈꼬리에 힘이 들어가며 남자를 노려봤다. 깨갱하는 강아지처럼 남자 목소리가 수그러들었다.   

  

“ 어머니는 위험하니 포기하시고 따님이나 비행하세요.”

“ 혼자 무슨 재미로 타요.”     


선영의 뾰로통한 대답에 이어 연이 목소리가 들렸다.  

   

“ 우리 딸 태워주세요. 계산은 이거로 하시고요.”   

  

혼자 차에서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지팡이 짚은 연이가 오만 원권 세장을 내밀며 서있었다.

     

“ 엄마, 나 혼자 뭐 하러 타, 나도 무섭다고요.”

“ 엄마는 안 된다니까 딸이 타고 하늘을 걷는 기분이 어떤지 말해주면 안 될까?”


 굳이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엄마의 속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전에 해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영이 타고 싶어 안달 난 것도 아닌데. 어쨌든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니까 선영은 두려운 마음을 숨겨두고 연이를 위해 비행하자고 마음먹었다.     


파일럿 복장들이 즐비하게 걸려있고 헬멧 무릎보호대 기타 장비들이 있는 실내에서 M사이즈 옷을 꺼내 입었다. S를 입을걸 잘못했나. 허수아비에 자루를 뒤집어 씌운 것 같다. 아무렴 어때 얼렁 끝내자 하는 심정으로 선영은 탈의실을 나섰다.     

교육이 먼저 이루어졌다. 대부분 조교의 일이고 동승자는 이륙과 착륙 때만 다리를 펴면 된다고 했다. 선영은 익사이팅한 체험에 능숙한 편이었다. 놀이공원에서도 젊은 아이들 못지않게 즐기는 모습은 나이를 속여도 믿을만했다. 비행은 처음이지만 그리 겁낼 일은 아닌듯했다. 장사가 시원치 않은 평일이라 그런지 초면의 그 조교가 장비를 들고 나섰다. 어차피 잠시 목숨을 맡겨야 하니 굳이 얼굴 붉힐 필요가 없다 싶어 선영은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 잘 부탁합니다." 어느새 프로다운 영업 미소를 장착한 남자도 비슷한 미소로 화답했다.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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