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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Nov 16. 2023

주사치료 VS 눈물치료

뇌허혈발작(TIA)이 왔었다

10여 년 전 어느 날 뇌경색의 전조라고 하는 뇌허혈발작(TIA)이 왔었다. 한 측으로 힘이 빠지며 말이 어눌해지고 어지럼증과 두통이 주 증상으로 나타났다. 응급실에서 진단을 받고 서둘러 입원하여 일주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주치의는 언제든지 다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때는 그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주의를 주었다.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잘 살았는데 얼마 전 다시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같은 진단으로 입원을 했다.


처음 의사의 경고에 비하면 경미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인지 같은 증상임에도 받아들이는 몸은 부담이 크게 느껴졌다. 다시 일주일의 입원 기간이 정해졌다.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서 인지 여유 있게 스케줄을 정리하며 입원 생활을 시작했다. 

기왕 입원 한 김에 평소 통증을 느꼈던 목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진료를 받고 통증 주사를 맞기로 결정했다.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주사 방식으로 이전에도 맞아 본 경험이 있기에 별 부담 없이 처치 대에 엎드렸다.


“여기 어때요?”

“악”

“여기는?”

“윽”

“여기도?”

“흑”


일부러 아픈 곳만 찾아서 누르는 건지 의사의 손이 가는 곳마다 살이 찢기는 고통을 느꼈다.


“이렇게 아픈 몸으로 어떻게 살았어요?”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그저 얼굴을 처치 대에 깊이 묻고 고통을 참는 것밖에.


“따끔합니다” 


주사를 찌를 때마다 의사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바늘로 찌르는 통증쯤은 이미 내 몸에 자리 잡은 통증에 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잘 참으시네요. 그런데 너무 참지 말고 사세요.”


칭찬인지 충고인지 모를 그의 말에 괜히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내가 너무 참고 산 것일까. 통증이 심할 때는 참을만해서 참는지 자신에게 묻곤 했다. 일을 줄여야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직은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씁쓸했다. 

어떤 것이 더 아픈 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을 나는 또 참아 내고 있었다. 바늘로 찔렸던 자리마다 동그란 스티커가 붙었다.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만져지는 게 스무 개 가 넘는다. 시술이 끝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병실로 돌아왔다. 약물 때문에 어지러움과 메스꺼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울컥울컥 할 때마다 스멀스멀 눈물이 같이 흘렀다. 


아주 오래전 ‘접속’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주인공이 안구 건조 증으로 인공 눈물을 넣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는 영화의 한 장면이려니 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없어졌는지 언젠가부터 슬퍼도, 화나도 눈물이 잘 나질 않아 늘 상 인공 눈물을 가지고 다녔다. 

감정이 메말라 가는 건지 단단해져 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매사가 덤덤해서 눈물조차 말랐다 싶었는데….

통증이 생긴 곳은 몸뿐이 아니었다고 마음이 더 아팠다고 그렇게 눈물이 말을 하고 있었다. 


인공 눈물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뻑뻑했던 내 눈 어디서 눈물이 샘솟아 나는지 그칠 기미가 없었다. 아파서인지 슬퍼서인지 아니면 외로워서인지 이유를 모른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모두가 이유인 것 같았다.

어차피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애써 눈물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한결 개운함을 느꼈다. 병에 대한 두려움도 훨씬 덜 한 거 같았다.


눈물이 통증 주사 보다 효과가 클 줄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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