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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Dec 29. 2020

검은댕기해오라기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와 산새 3

내가 반변천과 낙동강을 걸으면서 처음 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7년 전 가을 처음 만난 검은댕기해오라기 때문이다. 청둥오리를 비롯한 오리 종류만 보아 오다가 늦은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갈 무렵 용상동에서 정하동으로 건너가는 반변천의 공도교 아래에서 검은색 새의 우아한 걸음걸이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출발 신호였다. 녀석은 공도교 아래에 줄지어 놓여 있는 화강암 사이를 우아한 걸음새로 걷다가 또 돌과 돌 사이를 날아다니곤 하였다.

돌에서 발을 옮겨놓는 모습이나 두발을 쭉 뻗고 날거나 또 두 발을 앞으로 내밀고 내려앉는 모습은 출근할 때마다 나의 정신을 빼놓기에 충분하였다. 길이가 30센티 안팎으로 보이는 이 새의 몸체는 대체로 회색과 검은색을 띠었다. 부리도 검고 머리에는 약간 녹색 기운이 돈다. 특히 머리 뒷꼭지에 댕기 모양의 긴 검은색 깃털은 녀석의 이름으로 되었을 뿐 아니라 자태를 멋지게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당시에는 이 새의 이름을 몰랐다가 내가 근무하던 대학의 생물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검은댕기해오라기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고 이는 나를 본격적으로 새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자료는 이 새가 야행성이라고 되어 있는데 또 다른 자료에는 주로 낮에 활동하지만 밤에도 먹이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새를 보는 것은 주로 아침 9시 경이다.

반변천과 낙동강이 합류되는 용상동 서쪽 끄트머리에는 용상동에서 정하동으로 건너가는 도보용 다리가 있다. 다리는 강을 호수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막아 놓은 얕은 보 위에 설치되어 있고 보는 물이 흐르는 아래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도록 돌을 깔아 인공 여울을 조성해 놓았다. 인공 여울을 이룬 곳에는 커다란 바윗돌을 1,2미터 간격으로 늘어놓아 새들이 앉아 쉬는 곳이 되었다. 이 석축은 여울을 이루어 물고기들이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는 통로를 이루는데 검은댕기해오라기들은 주로 큰 바위 위에 올라서서 물고기들을 노리고 있다. 나는 또 녀석들을 촬영하느라 카메라 렌즈로 녀석들을 노려 본다.

검은댕기해오라기의 사냥 솜씨는 기대 이상이다. 작은 물고기들을 사냥할 때는 한 자리에서 두세 마리를 연거푸 잡는 것도 본 일이 있으며 또 때로는 제 몸뚱이 비슷한 크기의 누치를 잡아 삼키기도 한다. 어른 팔뚝만 한 누치를 입에 물고 누치의 대가리가 제 입 쪽으로 향하도록 이리저리 돌려 방향을 잡는 것을 보면 이 새의 부리 힘이 얼마나 센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입으로 꿀꺽 삼키면 기다란 목이 물고기 몸통만큼 늘어나서 어쩔 수 없이 한 동안 그 자리에 서서 먹은 것을 삭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먹이를 삭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새의 위액은 강한 산성으로 되어 있어 매우 짧은 시간에 먹이를 소화하여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들은 항상 몸을 가볍게 하여 날아다니는데 지장이 없도록 한다고 한다.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낚시질

금년 반변천 인공 여울에서는 검은댕기해오라기를 별로 볼 수 없었다. 반변천과 낙동강변을 살펴보니 작년 내내 하천 정비를 하면서 하천 가의 버드나무 숲이나 갈대숲 등을 깨끗하게 밀려 나갔다. 이 쪽 강변에 새가 사라진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라진 버들숲과 갈대숲이 이전처럼 복원되어 내년에는 또다시 녀석들의 낚시질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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