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주셔도 돼요

by 신이나

어느 날 동생은 보쌈을 양손 가득 들고 집으로 왔다.


“언니, 맛 집에서 사 왔어. 따뜻할 때 먹자.”


간만에 저녁 준비도 안 하고 맛있는 보쌈을 먹을 수 있어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기를 매콤한 김치에 둘둘 싸서 먹으니 세상의 행복이 내 입속에 있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맛있다니? 호호.”


그렇게 한참 입안으로 고기를 집어넣고 오물조물 씹어 먹었더니 허기졌던 배가 차오르면서 빈 플라스틱 용기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와, 이게 다 일회용 그릇이야?”


고기를 담은 그릇을 비롯해 마늘과 고추 그리고 쌈장이 들어간 작은 용기들까지 생각보다 많은 플라스틱 용기에 적잖이 놀랐다. 평소 집 밥을 선호하며 배달음식을 전혀 시켜먹지 않던 나는 이렇게나 많은 양의 일회용품들이 사용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치킨을 시켜먹어도 종이박스와 양념 묻은 알루미늄 포일 그리고 무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조차 생겨나는 것이 싫었는데 보쌈을 먹은 후의 모습은 처참했다. 코로나로 인해 배달음식이 호황이라는 뉴스는 봤지만 그로 인해 생겨나는 일회용 용기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하면 고통스러웠다.


빈 플라스틱 용기들을 잘 씻어 햇볕에 말렸다. 김치를 담아 울긋불긋 물들었던 용기는 하얗게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로 용기들을 버리려고 보니 재질이 적당히 딱딱해 아까웠다. 큰 것은 안방 서랍 안에 소품 담는 용기로, 작은 것은 주방에 작은 비누를 담는 용기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언니, 지난번 보쌈 맛있었지? 그거 사갈까 하는데 어때?”

“그냥 와. 집에서 떡볶이나 해 먹자.”


다시 그 많은 플라스틱 용기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용기를 재활용할 곳도 이제는 없었다. 냉장고에서 떡과 어묵을 꺼내 떡은 물에 씻었고 어묵은 먹기 좋게 썰어 팬에 넣었다. 그러고 보니 떡과 어묵이 담겨있던 것도 비닐이었다.


“언니, 튀김 샀어. 떡볶이엔 튀김이지.”


종이봉투에 튀김을 포장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플라스틱 용기에 튀김이 담겨있고 그 위로 비닐이 덮여있었다.


떡볶이 국물에 튀김을 찍어 먹으며 식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을 바라봤다. 우리 삶에서 플라스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들인가? 하긴 우리 집 재활용 쓰레기도 일주일만 지나면 라면박스 하나 정도는 거뜬히 나오는데 전 세계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시장바구니와 텀블러 그리고 에코백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다면 뭐든 해봐야겠다.


“이 케이크로 포장해 주세요. 그리고 폭죽과 나이프는 안 주셔도 돼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빨대는 안 주셔도 돼요.”

“선크림은 이걸로 할게요. 포장은 안 해주셔도 돼요.”

“이 재킷으로 살게요. 옷걸이는 안 주셔도 돼요.”


요즘 입에 붙었다. ‘안 주셔도 돼요.’


참, 독자들이 혹시 궁금할 까 봐 얘기해야겠다. 튀김을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는 지금 냉장고 안에 있다. 양파를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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