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그는

by 신이나

내가 아는 그는 인생에 희로애락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밥맛은 어때? 이걸로 사려고 하는데 괜찮아? 어디 갔었어? 이건 뭐야? 입에 단내가 나도록 쏟아냈던 수많은 질문에 그는 묵묵부답이거나 "응", "아니"라는 두 마디로 대답해 왔다. 그가 겨우 대답한 ‘응’의 소리와 톤으로 그의 기분을 짐작해 보려 했지만, 도서관에서나 있을 법한 40 데시벨 정도의 볼륨으로는 도저히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포커 칠 줄도 모르면서 얼굴만 포커페이스인 인간.


내가 아는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의 세상엔 검은색만이 존재하는 듯 검은 옷으로 일 년 365일을 버텨냈다. 중요한 건 매일 다른 스타일의 검은 옷으로 교체된다는 사실. 내가 보기엔 그 옷이 그 옷 같은데 왜 똑같은 옷들을 그리도 많이 사대는 지. 이유를 물어봐도 역시나 대답이 없다. 그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거금을 들여 그가 좋아할 만한 브랜드의 검은 바지를 사줘도 그가 좋아할 만한 향의 화장품을 사줘도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침묵으로 일관할 뿐. 싫은 건 ‘싫다’, 좋은 건 ‘좋다’라고 표현할 줄 모르는 무색무취의 인간.


내가 아는 그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근력 운동으로 다부진 몸을 만든다. 밖으로 흘러나오는 거친 호흡 소리와 바닥에 몸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로 그가 한 시간 넘게 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폭풍 같은 운동이 끝나면 땀으로 범벅된 채 거실 큰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매의 눈으로 살핀다. 팔과 다리에 힘을 주어 있는 힘껏 근육을 부풀려 앞뒤로 자신의 몸을 감상한다. 장시간의 검토가 끝나면 부족한 부분의 근육을 살리기 위해 다시 방으로 들어가 추가 운동을 진행한다. 저렇게 자신의 몸에 신경 쓰는 만큼만, 아니 그것의 백만분의 일 정도만이라도 내게 할애한다면 엄청난 부와 사랑을 받을 텐데. 자기애만 강한 나르시시스트 인간.


새벽 2시였다. 적막이 흐르는 시간. 그가 있는 저쪽 방에서 희미한 불빛과 키득키득 소리가 흘러나왔다. 까치발로 조심조심 다가가 빼꼼히 방문을 열고 그를 살폈다. 유럽축구의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의 작은 화면을 쳐다보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그의 모습을 발견했다. 붉게 충혈된 눈에는 눈물도 맺혀있는 듯했다. 하아... 너에게도 기쁨이라는 감정이 있었구나. 하필이면 새벽 2시에.


그렇다. 내가 아는 그는 사춘기 말기인 나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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