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일상
20대 중후반,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나이에 첫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꽤 오래 마음에 품고 선망하던 회사였지만, 늘 스스로를 부족하다 여겼던 나는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인정받고 싶은 끝없는 욕망에 만족이 없었다.
괄괄한 선배들의 뼈아픈 말을 마음창고에 쏟아붓고 감당되지 않을 만큼 쌓여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꾸역꾸역 견뎌나갔다. 그래도 누군가 “너 일머리 있다더라”라는 한마디를 던지면 그 냉철하고도 따뜻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열정을 쏟아부었다.
“이제 나도 내가 벌어서 내 앞가림 정도는 한다!”는 자부심에 해보고 싶었던 취미도 가져보고, 사고 싶었던 것들도 사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도 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퇴근 후에 뭘 할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몇몇 선배들의 무자비한 갈굼, 가스라이팅, 연차가 쌓일수록 많아지는 업무량..
그렇게 나조차도 나를 돌보지 못하고 1년, 2년, 3년이 지난 어느 날부터는 아픈 곳이 점점 많아졌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당연히 따라오는 통증이기도 했다. 뒷목, 어깨, 손목, 팔꿈치,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나 같은 회사원들이 가득한 공장형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부항 뜨면서 그냥 버텼다. 간절히 바라던 회사를 힘들다고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제 회사에서의 나는 조금은 잘해나가는 것 같았다. 몰입의 방향은 온전히 회사로 향했고, 나의 삶은 작아져만 갔다.
퇴근하면 보상심리로 그저 혀의 즐거움만 채우는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먹었다. 일에 지쳐 퍼져버린 몸뚱이로 청소기를 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고, 일주일에 2번씩은 돌렸던 세탁기는 이제 1번도 겨우 돌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울감을 극복하려면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라고.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