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일까?
마음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문제는 어떠한 상황이 생기자마자 바로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었다. 나의 에너지, 건강이 무너지는 어느 시점에 터져 나와, 몸과 마음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직면하고 해결하는 노력이 아닌, 지금 당장 편한 길을 택하고 덮어둘 때 문제는 더욱 커져간다.
‘이정돈 괜찮지 않나?’
‘아 귀찮아..’
‘바쁘잖아. 나중에 생각하자‘
이런 안일한 생각은 나를 망치고 있었고,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루던 상담센터를 예약했다. 나는 예약하고 상담센터 문 앞에 이르러서까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내 속마음을 잘 얘기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반가움을 표시하며 건네준 짧은 한 마디,
두 볼이 상기될 정도로 따뜻한 온기,
무슨 일로 왔을지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
예약날은 찾아왔고, 걱정이 무색하게도 자리에 앉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설명할 겨를도 없이 꽁꽁 묶어둔 감정들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시간이 흘러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해진다. 철옹성 같은 벽을 깨뜨리고, 위잉 위잉 울리던 사이렌 소리가 잔잔해지던.. 나를 돌아보기 시작한 그 시점이 회복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상담 1, 2회 차에는 여러 지표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검사(TCI; 기질 및 성격검사, MMPI; 다면적 인성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또 자극을 추구하는 부분이 높지만, 억압하고 제약을 두는 부분과 기준이 높은 편이라 삶의 만족도가 낮을 거라고 했다.
‘나는 왜 상처를 잘 받지?’
‘나는 왜 감정 절제를 잘 못하지?’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지?’
‘나는 왜 부정적이지?’
스스로의 내외면에 불만족했던 것이, 쉽게 바꿀 수 없는 타고난 기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결코 나쁜 점만은 아니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 기질과 성격을 알고 나니, 이 각박하고 치열한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내가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하시면서, “회복탄력성은 살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무엇이든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요“라고 하셨다.
비로소 나는 나를 정확하게 알게 됨으로써,
조금, 아주 조금은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회사생활 5년 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더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