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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띵 Oct 26. 2024

무감각

나를 잃어버린 시간

지금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심각한 번아웃과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한 곳을 치료하면 다른 한 곳이 아팠다. 통증이 잦아지니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업무 때문에 하루종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고, 동료가 말을 걸면 일을 하나라도 쳐내는 것이 우선이라 짜증이 앞섰다. 주말도 쉬는 날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서는 업무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생각이 이어졌다. 괴로웠다.


몸과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니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뎌져갔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푸르른 잎사귀를 보아도 아무런 감동이 없었고, 여행을 가서도 일 걱정이 앞서서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다. 특히 기쁨, 행복, 즐거움 등 삶의 원동력이 되는 감정을 느끼는 게 쉽지 않았다.


본래 상대 마음을 잘 캐치하는 편이었는데, 타인의 생각을 듣거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어려워졌고, 마치 나만 지옥 속에 있는 것 같은 억울한 마음, 분노의 마음만 가득했다.


4년 차, 부서를 옮겨 새로운 일을 시작하던 때였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며 생긴 나의 열정과 1년 365일 일이 끊이지 않는 업무 특성이 함께 불붙어서 나 자신까지 태우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는 허리와 한쪽 다리에 통증이 심해졌다. 건강에 대한 걱정이 일상이었던 나는 여느 때처럼 지식인에 증상을 검색해 봤고, “강직성 척추염”과 증상이 비슷해 보였다. 꽤 오래 두려워하며 고민하던 나는 이 통증의 원인을 빨리 확인해야 했다. 척추 전문 병원을 찾아 입원해서 MRI와 혈액검사를 했다.


MRI 결과 큰 이상은 없지만, 혈액검사를 기다려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1-2주 뒤 결과가 나왔는데, 허무하게도 이상무.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던 마음이 가라앉으면서도 무엇이든 진단을 받고 강제로라도 일을 쉬고 싶었다. 더 이상 통증과 업무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와 동시에 서러움과 깨달음이 밀려왔다.


왜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지?
이제는 건강이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할 만큼 지쳐버린 건가?
아.. 이렇게는 안 되겠다.


나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상담센터를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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