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띵 Nov 02. 2024

상담일지1

나는 어떤 사람일까?

마음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문제는 어떠한 상황이 생기자마자 바로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었다. 나의 에너지, 건강이 무너지는 어느 시점에 터져 나와, 몸과 마음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직면하고 해결하는 노력이 아닌, 지금 당장 편한 길을 택하고 덮어둘 때 문제는 더욱 커져간다.

‘이정돈 괜찮지 않나?’

‘아 귀찮아..’

‘바쁘잖아. 나중에 생각하자‘

이런 안일한 생각은 나를 망치고 있었고,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루던 상담센터를 예약했다. 나는 예약하고 상담센터 문 앞에 이르러서까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내 속마음을 잘 얘기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반가움을 표시하며 건네준 짧은 한 마디,
두 볼이 상기될 정도로 따뜻한 온기,
무슨 일로 왔을지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


예약날은 찾아왔고, 걱정이 무색하게도 자리에 앉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설명할 겨를도 없이 꽁꽁 묶어둔 감정들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시간이 흘러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해진다. 철옹성 같은 벽을 깨뜨리고, 위잉 위잉 울리던 사이렌 소리가 잔잔해지던.. 나를 돌아보기 시작한 그 시점이 회복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상담 1, 2회 차에는 여러 지표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검사(TCI; 기질 및 성격검사, MMPI; 다면적 인성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또 자극을 추구하는 부분이 높지만, 억압하고 제약을 두는 부분과 기준이 높은 편이라 삶의 만족도가 낮을 거라고 했다.

‘나는 왜 상처를 잘 받지?’

‘나는 왜 감정 절제를 잘 못하지?’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지?’

‘나는 왜 부정적이지?’

스스로의 내외면에 불만족했던 것이, 쉽게 바꿀 수 없는 타고난 기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결코 나쁜 점만은 아니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 기질과 성격을 알고 나니, 이 각박하고 치열한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내가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하시면서, “회복탄력성은 살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무엇이든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요“라고 하셨다.


비로소 나는 나를 정확하게 알게 됨으로써,

조금, 아주 조금은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회사생활 5년 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더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전 02화 무감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