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로 규정짓는 사람이 있을 뿐.
2014.12.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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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으로 살다가 A형으로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A형이라서 예민하네, 소심하네 등의 말을 듣기 시작한 나는
사람의 특성을 단어로 단정짓는 것에 (소름끼치게) 거부감이 있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은 예민한 사람이라던가 소심한 사람이라던가 하는 등의 말,
앞의 상황이나 직면한 순간을 파악하지 않은 채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단어로 그 사람을 가두는 것 같아서 매우 싫어하고 그렇게 되지 않고자 노력한다.
얼마 전, 늘 같은 이유로 만나면 화가 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사실 만나지 않으면 화가 날 이유도 없겠으나 시간이 좀 흐르면서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너무 안 좋게 보는 것이 아닐까 싶어 만난 것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이게 사람에 대한 건지, 아니면 나로부터 나오는 건지, 혹은 상황 때문이었는 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하는 '그 사람은 화를 자주 내는, 혹은 쉽게 내는 사람이야'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더불어 모든 것을 다 가졌을 것같은 그분께서도 사소한 견과류 하나에 화가 난 뉴스도 작용을..)
넌 언제 화를 내? 언제 화가 나?라고 물었을 때-
정확하게 난 이런 상황이 화가 나라고 바로 말하는 사람은 잘 없는 것 같다.
어른이 될수록 화를 내기보다는 숨기거나 참는 상황이 더 많아졌으니
가장 최근에 언제 화가 났어?라고 물어도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겠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을 때도
김을 좋아하는 순우 쌤은 처음에는 화를 잘 안 낸다고 말을 했다가
자신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달하면 화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고
고양이처럼 가운데 끼는 것을 좋아하는 안녕쭌도 처음에는 화를 잘 안 낸다고 말했다가
예의 없는 사람을 보게 될 때면 특히 화가 잘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위의 두 사람은 화내는 것을 잘 본 적이 없어서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내 경우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화가 나기보다는 차분해지는 편이고
상황에 맞춰 행동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을 눈치 보게 만드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화가 나는 것 같다.
상황이나 사람의 빈도다.
화를 안 내는 사람이 어딨어? 화가 나는 상황, 순간에 얼마나 자주 마주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
도로 위에서 화가 잘 나는 사람이라도 운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나 차가 없다면
누군가에겐 온화한 사람이라 평가될 것이고
반대로 그 사람이 버스 기사이거나, 트럭 운전수라면
화를 잘 내는 직장 동료로 평가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화가 잘 나는 사람과 안 나는 사람은 없다.
화를 잘 낸다, 화를 잘 안 낸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을 뿐.
사실 그들이 말하는 건 잘 낸다가 아니라, 자주 낸다일 거고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자신이 화가 나는 상황에 많이 노출된 혹은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 일거다.
누구나 화를 낸다.
단어로 규정짓는 사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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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을 쉬면서 월요일을 구하기 위해 저장했던 3년의 일기를 독립출판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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