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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Oct 02. 2021

탈 석탄시대에 여전히 석탄 사용을 포기할 수 없는 나라

북한이 오래된 과거 에너지로 살아가야하는 이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사회로 전환활동의 핵심은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퇴출 계획으로 요약된다.   특히, 화력발전, 제철, 석유/석탄화학 등 그간 석탄으로 시작된 대규모 산업이 새로운 질서 체제 속에서 시한부 일정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사회와 담을 쌓고 살아오고 있는 북한은 자신들이 가진 주요 에너지 자원인 석탄은 품질은 낮지만 비교적 다량 보유한 탓에 여전히 자원화하려 하고 있다.  그들로서는 과거와 현재 정상적인 국제질서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자신만의 행보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 비해 석탄이 풍부한 북한으로서는 근대 산업화 초기에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 에너지 사용 형태는 산업혁명기를 주도했던 석탄에서 저장, 운송 및 품질유지가 양호한 석유로 전환되었고 곧이어 천연가스로 주류가 변화되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장갑차와 전투기에 공급해야 하는 석유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 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자국의 풍부한 석탄을 합성석유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전쟁을 연장시켜 나갔다. 이때 개발된 석유화(CTL) 기술은 석탄은 풍부하나 유전을 갖지 못한 나라들이 석유에너지 에너지 패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중적으로 개발과 투자를 거듭해왔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에 이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중국이었다.  특히 중국은 최근까지 고유가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여 석탄의 석유화와 석탄화학분야에 대대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을 추진해 왔다.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기에도 ‘자립경제’를 이루기 위해 석탄기반의 산업정책을 유지하려 하였다. 하지만 관련된 기계산업에 활용되는 에너지는 대부분 석유 기반으로 바뀌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석유수급에 의존해야 했다.   한편 북한이 보유한 석탄은 열량과 품질이 높지 않은 무연탄과 갈탄류가 대부분인데 반해 철강제조용 코크스를 제조할 수 있는 고품질 역청탄은 생산되지 않는 여건이다.  철강은 오랫동안 국가의 기반 소재이면서 동시에 군사무기체계의 근간이 되는 소재이었기에 북한으로서는 특별히 공을 들이는 분야이다.  따라서 근대 철강업의 상징인 용광로 조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역청탄을 국외에서 수입해야만 했다. 하지만 제철용 석탄은 가격도 높을 뿐 아니라, 수입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고, 그나마 가능한 산지는 대부분 원거리인 호주, 브라질 및 미국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들 국가는 다른 대륙에 속해있어 해양 수송에 의존해야 하며 규모를 어느 정도 키워야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는 서방 지역 국가라는 점에서 활용이 용이하지 않았다.   반면에 그들에게 우방인 러시아나 몽골 등의 내륙지역 국가들은 양질의 제철용 석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육로 수송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 활용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동시에 일반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화학소재인 플라스틱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정제하여 제조해야 하는데, 낙후된 정제시설과 규모와 상대적으로 고가인 원유를 수입하는 경제적 문제로 항상 연료용 에너지의 부족과 함께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였다.   이러한 환경 탓에 북한은 자신들이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석탄기반 자력 산업을 일으킬 방법에 집중하게 되었다. 때마침 북한은 석회석(CaCO3) 광물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보유국이기도 하다. 북한은 석탄과 석회석 사용기술에 몰입하여 이른바 ‘주체 산업’이라고 명명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철강산업과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아나갔다.    


주체철

  자국의 석탄과 석회석을 이용한 제철기술 개발을 거듭하여 지난 2000년 대 중반 이후 성공했다고 발표한 ‘주체철’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 기술은 기존의 코코스를 제조하여 손쉽게 용광로에 장입 하여 고온의 열과 가스를 생산하며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대안기술로 추진되었다.  기본적으로 점결기능이 없는 무연탄을 역시 품위가 낮은 철광석 분말과 함께 석회석 가루를 혼합시킨 펠릿을 제조하여 회전로(rotary hearth)나 샤프트로에서 환원시켜 고체 환원철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를 추가적으로 환원시키면서 용해시켜야 했는데 전기로를 사용하는 방식을 구현하였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의 고질적인 전력부족 여건상 실용화에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한때는 이 방식으로 주체철 생산을 성공시켰다는 발표를 했지만, 극심한 전력난 속에 이 공정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일설에 의하면 초기 개발자가 영웅으로 추대되었다가 얼마 뒤 퇴출되었다고 한다.    그 후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시작한 이 주체철 기술개발을 김정일 정권에 이어 현재의 지도체제에서도 집념을 버리지 않고 개발해 왔다. 얼마 전  더욱 품질이 낮은 갈탄을 이용한 석탄 가스화와 자체 개발한 산소제조장치(ASU)를 이용해 추가 개선된 주체철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산소 제조 등에 소모되는 대규모 전력과 저 품위 석탄과 자체 광석 사용에 따른 공정의 낮은 실수율 때문에 투입한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체섬유(비날론)

 주체섬유라고 알려진 비날론은 나일론에 이은 세계 두 번째 화학섬유로 이승기 박사(1905~1996)가 1939년 10월 일본 다카츠키(高槻) 화학연구소에서 발명하였다. 북한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폴리비닐알코올계 합성섬유이며 역시 석회석과 무연탄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이름은 비닐론이었지만 김일성이 국가적 지원으로 연구ㆍ개발을 독려하면서 비날론으로 명칭을 바꾸고 대대적으로 보급되었고, 이후 면을 대신하는 대중적 섬유가 되었다. 1951년부터 생산에 들어갔으며 1961년 함흥시에 2.8 비날론 공장을 설립하여 본격적인 생산 확대에 나섰다. 1989년에는 평남 순천에 대단위 종합화학공업단지인 순천비날론 연합기업소를 건설하였으며, 함경남도 함흥에는 비날론연구소가 있다. 비날론은 당시에는 비교적 생산비가 적게 들고 인조섬유보다 질이 좋으며 가볍고 빛에 강하며 내구성이 좋고 자연섬유에 가깝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염색처리가 힘들고 생산과정에서 유독가스, 폐수 등이 배출되며 무엇보다도 제조 시 역시 다량의 전력이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력사정이 좋았던 60,70년대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이후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등 다른 함성섬유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하였다. (네이버 지식 참고)  선박용 밧줄이나 작업복 등에 일부 효과적인 수준이었지만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값싼 섬유류가 유입되고 특히 젊은 세대의 시대적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 이 제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더 많은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생산기반이 유지되기 어렵게 되었다.


  앞서 설명된 주체철과 함께 주체섬유 등 북한의 중화학공업이 전력 과소비형인 점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석탄화학 공업구조를 고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건설을 위해 서방세계에서 급속히 발달한 석유화학 공업 체계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석탄화학 공업 체계를 정립시켰다.  카바이드 단계를 생략하기 때문에 전력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탄소 하나(C1) 화학공업과 석탄가스화를 비롯한 석탄화학 공업 체계에 유리한 주변의 기술 환경이 조성되면서 북한의 중화학공업은 이에 집중하고 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비날론 기술이라고 하는 주체섬유와 주체철기술은 경제적으로 고립된 여건에서 전력을 다해 버텨내는 노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 마치 나치 독일이 연합군의 석유공급을 차단한 상태에서 전쟁을 지속하려는 시대와 유사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이미 효과적인 기술과 자원이 존재하는데 스스로 고립시켜 살아나가려는 정권의 결정으로 일반 국민이 힘든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몇 년 전에 유**영상으로 본 관련 선전영화를 통해 주체철을 개발하는 주역들을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를 보았다.  변변치 못한 안전장비와 열악한 도구를 들고 1200°C 가 넘는 반응로 주변을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배우들을 지켜보면서 절대적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북한의 산업 현실은 아직 우리에 비교하면 수 십 년 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탈석탄 이슈가 이제는 기본적인 전제로 자리 잡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품질의 석탄을 사용하여 최고의 효율로 생산하고 있는 화력발전, 제철, 시멘트 산업분야에 더 이상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물론 아직 탄소중립 실천에 참여하지 않는 나라들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한ㆍ중ㆍ일 삼국의 틈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외치며 세계적인 흐름을 거슬러 오래된 과거의 에너지로 살아가려는 그들이 바라보는 느낌이 새롭다.  언젠가 자유롭게 개방되어 교류하는 시기에는 석탄시대에 머물러 있는 그곳의 경제가 석유-천연가스를 뛰어넘어 직접 청정에너지 사회로 직행하는 행운을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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