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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Oct 13. 2021

타인의 기준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불편함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변신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자신이 그다지 탁월하거나 독특한 재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해 늘 호기심과 연결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성향으로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일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소명이나 운명이라고 생각하진 않고 그때마다 흐름에 몸을 맡겼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결국 지금의 직업은 내게 가장 적합한 길이었다고 깨닫게 되는 데는 어느 정도 세월이 필요하였다.   


 학업을 마치고 수 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방 소도시에서 시작한 지금의 직장은 대기업의 연구개발 부문이었다.  급격한 산업 성장기 속에서 자체 기술개발보다는 추적연구에 주력한 시간을 보내면서 관행이 되어버린 ‘선진’, ‘해외’에 대한 절대적 신뢰문화가 일반화된 분위기 속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나면서 회사는 다양한 기술적 경험과 학습된 지식을 통해 독자적인 전략 기술개발을 추진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이 프로젝트에  비교적 초기부터 개발자로 참여하여 마침내 최고책임자로서 상업적 완성까지 책임을 가지고 주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기존 질서체계를 견고히 이끌고 있는 안정화된 공정을 경쟁 대상으로 삼은 상황에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한다는 목표를 가진 대체공정 개발과정은 수많은 내, 외부적 난관과의 싸움이 일상이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제시했던 이론이 실제화되었을 때의 희열감 이면에 매 순간의 의사 결정 순간 여전히 부족한 판단 근거와, 개발부서와 운전부서 그리고 정비부서 간의 끊임없는 이견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외부적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 견고한 현재의 관점으로 미래 가치를 쉽게 판단하는 모순, 그리고 영원히 메울 수 없을 것 같은 현재와 미래가치 사이의 간극 등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설득해야 하는 일상이 지속되었다.  요약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기술 연구개발과 동시에 일상적으로 운전해야 하는 집단 사이에 세워야 하는 표준안을 변경이 있을 때마다 제시해야 하는 상황 속에 있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관점과 해석이 필요했고  내,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의 시선, 특히 서구라고 표현되는 외부의 평가에 익숙한 시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오래된 문화가 문제였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그 판단기준은 우리만의 새로운 개발 산물에는 부분적인 적용만 가능한 수준이고, 우리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과정이 포함되지 않았기에 온전한 기준이 될 수 없었다.  어쩌면 빠른 산업발전기를 경험한 우리 사회의 오래된 그들은 자신만의 것에 대한 확신보다는 Fast Folllower로서 자신들을 최적화시켜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만의 기준을 가져도 충분한 시기와 수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패턴이 이어지면서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반복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결국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길을 가면서 맞부딪치는 모호한 선택의 갈래길에서 반드시 결정해야 만 할 때, 그 판단의 근거를 되물어볼 수 있는 선각자들의 지혜를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마다 상황과 대상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험이 우리 주변에 늘 있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철학, 문학, 기술, 예술 및 종교분야까지 다양한 생각들의 집합체였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분야의 보편적인 경험과 지식을 '특수한 문제로 인식하는 우리들의 문제를 일반화 형태로 번역해 나갔다.  오래지 않아 여러 형태로 우리 문제에게 서툴게 말을 걸어온 지혜자들만의 일반화된 해결책이 찾아왔다.  그 오래된 해결책을 우리만의 세계 속에서 작동되는 맞춤화된 가르침으로 전환되어 오롯이 우리만의 가치를 갖게 되는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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