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밤의 가스파르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꽃이 나타난다.
주변은 온통 어둠이고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똑같은 어둠은, 한가지다. 눈을 감는다. 그 찰나의 순간에 가느다란 빛줄기와 함께 꽃이 나타난다. 매일 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는 여러 갈래의 불규칙한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것 역시 의식해서 보지 않으면 절대 알아챌 수 없다.
꽃이 나타난다.
처음의 꽃이다. 검정색인데 형태는 온통 선이 엉켜서 모양을 만들어 낸 것 같아 보인다. 어둠 속에서도 그 형태만은 또렷하다.
먼 기억 속의 환상의 꽃이다. 장미꽃이면서 동시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름 모를 미지의 꽃.
꿈을 꾸지 않는데, 잠에 쉽게 빠지지 않아, 잠들지 않고도 꿈을 꿀 수 있을까.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찾아와 형태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눈을 감고 모든 자극에 무덤덤하기 위해 나를 닫는 그 순간에도, 꽃이 나타난다. 달래는 목소리로 다정한 말들로 뭉클하게 속삭인다.
매일 밤, 꽃을 기다린다.
너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눈을 세게 감으면 모습이 보일까 감은 눈을 힘주어 어둠의 농도를 짙게 만들어 본다.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어쩌면 가라앉을지도 모르게. 그러면 어느날, 주변이 온통 어둠이고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똑같은 어둠이 한가지일 때, 꽃이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블루, 밤의 가스파르'에 실린 글 중 일부분만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독립출판으로 출간한 에세이입니다. 완본은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헬로인디북스', '가가 77페이지' 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