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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Dec 04. 2021

[30대의 자아찾기] 남의 성공에 흔들리지 않기

나에 대한 확신 

아는 언니의 세무사 합격 소식을 들었다. 언니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떨어져 혼자 서울에 올라가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간에 몇 번 시험에 떨어졌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궁금한 찰나였다. 타인의 성공담을 듣고 나니 같은 시간을 보내며 내가 얻은 것들이 초라해 보인다. 누군가 소위 말하는 ‘사’짜 직업에 올라탈 동안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비교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한다. 축하의 말을 보냄과 동시에 부러움이 몰려온다. 그동안 나는 뭐 하고 산거지?

     

 나는 전형적인 인문대생으로 회계적 지식은 전무하다. 세무사가 뭘 하는 직업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지금껏 살아오며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하지만 언니의 소식을 들으니 마치 내가 놓친 길인마냥 느껴진다. 전문직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그 노력으로 따기 힘든 자격증을 획득해 새로운 길을 가는 모습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나에겐 시험을 통과함과 동시에 새로운 길이 열리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다. 정확한 기준이 있고 노력을 하면 그 성과를 인정받는 일들을 일궈내는 건 숭고하다. 그래서 한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며 몇 년을 방황한 끝에 올해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솔직히 새로 시작한 일이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거나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재미있다는 이유로 계속 공부를 하고 있고 이 일을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공, 취업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어차피 내가 선택하지 않았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만약이라는 가정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우연히 유튜브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나에게 질문을 한다. “내 주변 사람이 무엇을 얻었을 때 나는 부러움을 느낄까?” 

    

20대 때는 대기업, 공기업에 입사한 주변 사람들이 부러웠고 취업이 성공의 기준이라 생각했다. 20대를 지나오니 이제 늦더라도 자기의 꿈을 이룬 주변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가 좋아 영화제 계약직을 하더니 결국 큰 엔터테인먼트 홍보팀에 들어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일하는 지인의 SNS 포스팅, 뒤늦게 한예종에 들어가 독립영화감독이 된 스터디 동기, 등단하여 작가가 된 선배 등.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성과를 이뤄내는 모습은 좋은 직장을 얻은 것보다 부러웠다,         


나의 20대를 돌이켜 보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주어진 조건 속에서 치열하게 지냈다. 하지만 그때 주변의 기준에 맞춰가려는 노력이 아니라 나에게 좀 더 시선을 돌렸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라는 후회가 남는다. 최근 여러 강연을 듣고 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며 내가 가장 부러움을 느끼는 일이 창작을 하거나 재해석을 해내는 일이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창작물을 접하며 느끼는 희열 그리고 그 창작물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해석은 언제나 나에게 설렘을 줬다. 그런 사람이나 결과물을 접하고 나면 나 역시 한 것도 없으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     


2021년은 나에 대한 확신을 쌓아가는 한 해였다. 여전히 주변의 성공을 들으면 흔들리지만 그래도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공을 진짜 부러워하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희열을 느끼는지 알아가는 중이다. 또 주변 사람들에 의해 묻어뒀던 나의 본능과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깨우치고 있다. 10대 20대 때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아무리 가정을 세워봐도 어린 시절 나는 그 사실을 깨우칠만한 그릇이 못 됐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나이가 드는 게 마냥 싫지 않다. 서른에 이립은 이루지 못했으나 마흔에 불혹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 속에 내리는 결론이 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생각한다. 남은 2021년 나에 대해 좀 더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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