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무언의 고서

하늘에서 떨어진 책

by 저나뮤나

바람은 하루 종일 북쪽에서 불어왔다.


잊혀진 도시의 이름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떤 벽에도 어떠 문서에도 도시의 이름은 남아있지 않았다.


도시의 이름은 언어로 드러나길 거부했고 동시에 누구의 기억에도 정확히 남지 않았다.


아주 드물게 - 꿈을 꾸는 이들 중 어떤 이들이, 잠결에 그 이름을 입술 사이에서 흘리곤 했다.

그럴 때에도 도시의 이름은 소리라기보다는 진동에 가까웠다.


그날, 셋째 날의 아침에 예루는 깨어났다.

자신이 잠들었다는 사실도, 그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의 등 위에는 해묵은 천 조각이, 왼쪽 손목에는 가느다란 쇠줄이 얽혀 있었다.

쇠줄의 말단은 허공으로 뻗어 있었다.

어떤 시점에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그 연결은 끊겼고 - 의식의 잔재는 여러 종류의 상처로 피부에 새겨져 있었다.


예루는 연결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끊어졌다는 사실만은 아주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기억의 형태가 아니라, 결핍의 감각이었다.


그가 몸을 일으켰을 때, 부서진 벽돌 조각이 발밑에서 흘러내렸다.

돌들의 마찰음이 공기를 갈랐지만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저 멀리로 소리를 가져갔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낙하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것은 천천히, 질량을 의심케 할 정도로 오래 시간 동안 허공을 부유하며 예루를 향해 내려왔다.

그 물체는 예루의 발 앞에 내려앉았다.


무게감도 없는 그것이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예루는 허리를 굽혀 그것을 들어 올렸다.


손이 닿자마자 그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책'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그가 알고 있던 책이 아니었다.

표지도, 글자도, 페이지도, 심지어 종이의 질감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루는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읽는다'는 행위가 반드시 시각적 해석을 수반하지 않음을, 그는 그 순간 이해했다.

그 책은 언어 이전의 구조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름들이 존재했던 시절, 이름은 특정한 패턴을 통해 타인과 교환되었다.

존재의 코드라고도 불리던 이름은 약속된 패턴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 이름들 중 하나라는 것을 느꼈다.

설명이 아닌 직감으로, 분석이 아닌 감각으로 알아챈 것이다.


어떤 이름은 흐려져 있었고, 어떤 것은 잉크처럼 번져 있었다.

어떤 것은 아직 쓰이지 않은 채, 빈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 "예루"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그는 그 책을 품에 안았다.


그 순간, 쓰러진 탑 너머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무언가를 측정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예루는 움직였다.

목적 없이 시작된 그의 발걸음은 몇 발자국 뒤에 방향을 잡았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었지만, 마치 지구 자기장과 감응하는 새처럼 - 그는 그 길을 알았다.

그것은 외부의 방향이 아니라, 내면의 진동으로 감지된 길이었다.


그는 무너진 탑을 지나며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관측되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시선이 아니라, 기억으로서의 주시였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가, 이미 그를 떠올리고 있는 듯한 기이한 역전감.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이야기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가 깨어날 것이다.

고서를 품은 자가 그 문을 지나갈 때, 기억은 말없이 봉인을 풀리라."

– 고서의 첫 장, 아무도 읽지 못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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