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저나뮤나

프롤로그


우리가 말하는 세계는, 언제나 말할 수 없는 세계의 그림자다.

기록은 존재를 보존하지 못하고 이름은 의미를 고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갈망하는 우리는

사라진 것을 이해하고 싶고,

남아 있는 것들과 만나고 싶다.


이것은 말해지지 않은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지도에 그려지지 않고 연대기에 포함되지 않으며,

기억이라는 매개로도 도달할 수 없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이름을 잃었다.

누군가는 이름을 지운 채 살아남았고,

누군가는 이름을 기억하려다 무너졌다.


남은 것은 단 한 권의 고서.

글자도 없고, 소리도 없는 책.

읽히지 않지만 존재하는 책.

잃을 수 없지만 전해지는 책.


그 책은 읽는 이가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할 때,

한 줄의 이야기를 허락한다.


기억은 직선이 아니다.

기억은 흐르지 않고 퍼져나가며,

되돌아오지 않고 공존한다.


사람들은 이 책을 두고

모든 진실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고 말했다.


책이 닫혔고,

시간은 봉인되었다.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모든 것이 다시,

동시에 깨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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