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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정 Aug 12. 2021

아줌마들은 살 찌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부터 버리기

엄마의 운동 vol.1


임신을 하고 나서 기하급수적으로 몸무게가 늘던 시절은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임신 전만 해도 168센티미터에 54킬로그램이라는, 대단히 마르지도 않았지만 절대 뚱뚱하지도 않았던 피지컬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임신을 하고 나서 벌어지는 놀라운 변화에 대단히 둔감했던 것 같다.

임신 막바지에는 거의 30킬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의사로부터 몸무게를 관리하라는 경고를 받기까지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망적이거나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두둑한 내 뱃살을 안전가드 삼아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내 아들이 내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세상에 나오는 순간, 당연히 나는 예전의 나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웬걸!

늘어났던 30킬로그램 중에서 오직 6킬로그램만이 출산 후 사라졌다. 임신 중 늘어났던 내 몸무게 중 아기가 차지했던 지분은 단 20퍼센트뿐이었고, 나머지는 80퍼센트는 그냥 나로부터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아기가 먹고 싶어한다는 핑계로 끊임없이 먹을 것을 입에 가져가고, 임신한 이후로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는 핑계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있던 내 습관이 사부작사부작 지방들을 모으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때부터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너무나 관대했다. 나는 이제 아기 엄마이고,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모습은 적당히 후덕하고 넉넉하고 포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잔뜩 찐 내 모습을 정당화해버렸다.

물론 들은 대단히 튼해야 한다. 아기를 키우는 일은 그 전까지 절대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니 상상해보지 못했던 에너지가 소모된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내가 살뜰히 보살펴주지 않으면 생존조차 불가능한 작고 약간 생명체와 하루 24시간을 겨루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버거운 게 사실이다. 너무 버거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쏟아져내리기도 한다. 아기가 예쁜 것과 내 몸이 힘든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아기가 예쁘다고 내 몸이 안 힘든 건 아니고, 내 몸이 힘들다고 해서 아기가 안 예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아줌마니까 날씬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던 것은 너무나도 안일했던  오판이었다. 아줌마가 되면 당연히 살찌는 것이 아니라, 아줌마가 됐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던 생활습관들이 나를 살찌게 만들었이다.

힘을 내야 한다고 먹었던 음식들은 대부분 건강과는 무관한, 예를 들어 극강의 달콤함으로 나의 기분을 순간적으로 업시켜주는 간식류라든지 편안함으로 중무장한 인스턴트 혹은 배달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육아로 지쳐 있을 무렵, 나는 그런 것들로 나의 헛헛한 몸과 마음을 채웠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음식들이 내 입에 머무는 동안에는 아주 많이 행복다. 그것이 내 입을 떠나 내 몸 안으로 들어가 포만감을 선사할 때도 어느 정도는 행복다. 그것이 소화가 되어 포만감이 사라지는 순간도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다음에 먹을 또다른 음식들을 떠올리면 다시 행복해지기 시작했으니까.


음식은 눈에 보이는 대로 먹는데, 아이를 보살피기 위해  움직이는 행위 이외에는 운동이라고 할 만한 것전혀 없었으니 내 몸의 군살은 점점 더 늘어갔다. 출산 전에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던 S라인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배와 옆구리, 등을 가리지 않고 지방 덩어리들이 한 움큼씩 잡혔다. 지방 덩어리가 점점 늘어갈수록 나의 자존감은 점점 소멸돼갔다.


살이 찌고 나니 나는 이제 여자가 아니라 그냥 엄마, 혹은 아줌마라는 생각이 들면서 피부관리에도 소홀해졌다. 몸은 살 찌고 피부는 늙고...

30세의 나이에 나는 벌써 자멸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멸하고 있는 중인지도 몰랐다. 아줌마는 원래 그런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살찌고 못생겨지는 나를 정당화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아줌마여서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아줌마가 됐으니 더이상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나를 살찌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아줌마여도 얼마든지 살이 안 찐 채로 살아갈 수 있으며, 살이 안 찐 아줌마로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참 많이 뿌듯하고 달콤한 일이라는 사실도 달았다.

그래서 안타깝다.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여자로서의 삶에서 멀어진 상태로 살아갔던 시간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었을 듯싶으니까.


그래서 나는 모든 엄마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아줌마니까 살이 찌는 건 당연하다는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 마음가짐을 바꿔야 생활습관이 바뀌고,  그래야 불필요한 지방 덩어리들을 쌓아두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나의 운동 이야기를 통해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온전히 한 사람의 나로서 살아갈 수만은 없는 엄마들에게 '현실운동'의 면모들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한다. 당연히 운동 기술이야 전문 트레이가 더 잘 가르쳐줄 테고, 요즘은 유튜브에 각종 운동방법들이 흘러넘치는 세상이니 굳이 나까지 나서 운동방법을 설교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나는 그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섬세한 엄마의 운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고 한다. 엄마의 운동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엄마의 운동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과 버려도 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다. 것만 알아도 벌써 다이어트의 5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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