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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정 Aug 17. 2021

공부 안 하는 아이와 운동 안 하는 엄마는 같은 마음

엄마의 운동 vol.5

나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시작해서 현재는 자녀교육서를 기획하고 집필하는 쪽으로 약간 방향을 바꾸었다. 방향을 바꾼 건 아들이 네 살 되던 무렵이었다. 미운 네 살의 행동들이 내 아들에게서도 어김없이 나타나면서, 내 일을 하는 동시에 아들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녀교육서 분야로 내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

나의 소망처럼 자녀교육서를 만들면서 아들 양육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이의 발달과정을 이해하면 행동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해서 여유있는 시선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열 번을  곱씹어봐도 자녀교육서를 만들면서 나는 엄마로서 좀더 능숙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이해하면 아이의 진짜 속마음에 접근할 수 있는 요령도 생긴다. 예전에 아들들의 심리 관련 책을 만들면서 만약 아들이 "오늘까지 할게요."라고 말한다면 진짜로 오늘까지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안 할 거예요."라는 뜻이라는 내용을 접하고는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오늘이 다 지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 잔소리 폭탄을 퍼부어대는 악순환을 멈추고, 오늘 몇 시까지 할 것인지를 정확히 정해 약속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잔소리는 줄어들고 웃을 일이 많아졌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아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엄마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쓸모없는 감정 소모를 줄이고 아주 효율적이면서도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가장 걱정하는 육아 난제인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공부하기를 싫어할까?'에 대한 해답도 당연히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이유와 엄마들이 운동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놀라울 만큼 많이 닮아 있다. 아마 그 둘을 잘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아이의 마음이 잘 이해될 것이다.


첫째, 운동이나 공부는 너무 재미가 없다. 재미가 있어야 동기가 부여되고 열정이 생기는데, 운동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재미를 붙이는 게 쉽지 않다. 운동은 힘든 데다가 지루하고, 공부는 어려운 데다가 마찬가지로 지루하다.

반면 이 세상은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난. TV채널만 봐도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정규방송만 있었지만, 최근에는 종편이나 케이블은 물론이거니와 다시보기 기능이나 넷플릭스, 웨이브 같은 것이 생기면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됐다. 유튜브, SNS 같은 신종 놀잇감들도 넘쳐나고, 게임도 예전의 '오락' 수준이 아니라 영화에 버금가는 웅장한 시나리오와 CG를 자랑한다. 이렇게 짜릿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들이 넘쳐나는데 과연 세상 지루한 운동이나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까?


다시 말해, 친목 모임에서 수다 타임을 하느라 운동을 하러 나갈 겨를이 없는 엄마의 사정과 친구들을 만나 놀기 위해 공부를 뒷전으로 하는 아이의 사정은 같은 맥락이다. 어제 보지 못한 최애 드라마를 다시보기로 보느라 운동을 나갈 수 없는 엄마의 사정과 최애 게임과 SNS에 집중하느라 공부를 게을리하는 아이의 사정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니 아이에게 섣불리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하니?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매번 다짐하면서!"라고 잔소리하면 안 된다. 아이도 속으로 '맨날 운동해서 살 뺀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실천을 안 하는 거지? 엄마도 늘 말뿐이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다만 입 밖으로 이야기하지 않을 뿐.  


세상에 재미난 놀이들이 넘쳐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동기가 있으면 운동도,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어 있다. 바로 그것이 두 번째 공통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운동하는 데 실패하는 편이다. 살을 뺀 뒤에 찾아오는 요요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면 아예 의욕을 상실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력한 동기가 있는 사람은 단단한 의지를 가지고 요요를 극복한다. 좋아하는 이성이 생겨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던지,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상황이던지, 바닥을 쳤던 자존감이 다이어트를 통해 회복되는 경험을 했다던지 하는 사람은 더 열정적으로 운동에 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공부도 시작은 장대하나 끝은 미약한 경우가 많은데, 강력한 동기가 있으면 작심삼일, 용두사미라는 장애물을 쉽게 훌쩍  넘을 수 있다. 그래서 운동도, 공부도 동기를 만드는 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동기도 동기 나름! 반드시 내적동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내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대로 실행해야 내 몸과 마음이 목표와 계획대로 치밀하게 움직인다.

만약 남편이 "살이 왜 이렇게 많이 쪘어? 너무 뚱뚱한 거 아니야? 살 좀 빼."라고 비난하거나 "요즘은 관리하는 여자들 많던데 당신도 관리 좀 해."라고 비교한다면, 동기부여는커녕 스트레스로 인해 더 먹게 되거나 반발심에 더 운동을 멀리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도 그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공부를 안 하는 게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다고 해서  "너는 도대체 왜 그 모양이니? 누구 닮아서 이렇게 공부를 못하니?"라고 비난하거나 "똑같은 돈 내고 똑같은 학원에 다니는데 왜 너는 도대체 발전이 없니?"라고 비교한다면 그 스트레스와 반발심에 공부를 더욱 멀리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엄마와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의 세 번째  공통점은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매달려보기도 전에 조금 해보다가 잘 안 되면 쉽게 자포자기해 버린다는 점이다. 그것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해봐도 힘들기만 하고 별 효과가 보이지 않으니 그냥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운포자, 수포자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운동이나 공부는 단기간에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아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비로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어려운 과제를 극복할 때 더욱 강해지며, 새로운 단계에 도전할 때 더욱 진화하는 그런 멋진 행위이다. 그러므로 조급해하지 말고 과정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단지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엄마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는 잔소리를 할 때 아이가 직접 보고 관찰한 경험을 근거로 드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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