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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정 Aug 22. 2021

나는 숙취해소하러 해장국집이 아닌 헬스장으로 간다

엄마의 운동 vol.6

나는 애주가다. 그것도 찐애주가다. 세상의 모든 술을 사랑하고, 게다가 주량도 센 편이다. 그렇다고 취기를 빌려서 평소에 시도 못했던 객기를 부리는 일은 없다. 그냥  나는 술을 사랑할 뿐이다.


애주가인 데다가 주량도 센 편이라 나는 가끔 과음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주량이 세서 정신이 멀쩡하니 그냥 괜찮다 싶어 계속 술을 목으로 넘기는 것이다.

마실 때는 전혀 모르다가 내가 overdrinking을 했구나 싶은 판단이 서는 순간은 잠들었다가 새벽녘에 눈을 떴을 때다. 알코올이 내 몸을 지배하여 어질어질, 매슥매슥한 느낌이 들면 비로소 후회한다. 내가 너무 많이 마셨구나. 좀 절제할걸.


새벽녘에 어질어질, 매슥매슥한 느낌이 들었다면 그 느낌은 어김없이 아침까지 이어진다. 그러면 나는 갈등에 빠진다. 좀더 잠을 잘 것이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헬스장에 갈 것이냐를 두고 말이다.

어느 때는 잠을 더 자야겠다는 내 마음이 이기고, 어느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헬스장에 가야겠다는 내 마음이 이긴다.

그런데 대부분 후자가 이기는 편이 많다. 또 후자가 숙취에서 더 빨리 벗어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지금부터 그 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인데, 이것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은 아니고, 100% 내 경험담일 뿐이다. 의학적으로 검증은 안 됐지만 나의 심증은 굳건하다. 나의 경험이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카페인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쪽도 있고, 오히려 안 좋다는 쪽도 있다. 그런데 나는 도움이 된다고 믿는 쪽이니 그것에 맞춰 근거를 제시하자면, 카페인은 체내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데다가 이뇨작용을 통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배설하기도 한다. 잘 알다시피 숙취가 발생하는 원인은 음주 후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이다. 그것을 카페인이 해결해주는 것이다.

또한 과음을 하면 체내 산소량이 부족해지는데, 적당한 유산소 운동은 체내 산소량을 증가시켜 숙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숙취의 원인이 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제거하고, 유산소가 체내 산소량을 늘려 숙취에서 빨리 벗어나도록 도와주니 이것만큼 좋은 숙취 해소법이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래서 나는 술 마신 다음 날은 해장국집이 아닌 헬스장을 찾는다. 처음에는 몸이 찌뿌듯하고 속이 편치 않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유산소를 타다 보면 땀이 흠뻑 나면서 점점 내가 숙취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또 유산소를 마치고 근력운동까지 시작하면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면서 컨디션이 회복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음주 후에는 반드시 '중용'의 미덕을 지켜야 한다. 과음이 도가 지나쳐 꽐라가 된 사람들은 헬스장 근처에도 오면 안 된다. 일단 본인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기고, 특유의 술냄새를 폴폴 풍긴다면 다른 사람에게 너무 민폐가 된다. 그러므로 꽐라 단계라면 해장국집이 더 적절하다.

 

또한 운동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면 이 방법은 오히려 몸을 더 힘들게 해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나는 평소에도 피곤하고 뻐근할 때 운동을 하면 그것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운동으로 숙취를 해소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어느 정도의 체력과 근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게 맞다.


마지막으로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촉진해서 체내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배출시킬 수는 있지만, 그만큼 수분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탈수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탈수는 오히려 숙취해소에 독이 되기 때문에 수분 보충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운동과 병행하면 더욱 좋은 것 같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갈증이 폭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을 계속 마시게 된다.

사실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기 위함이다. 나는 물이 너무 맛이 없는 데다가 조금만 마셔도 배가 불러서 평소에 물을 마시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는데, 운동을 하다 보면 그냥 마구마구 벌컥벌컥 물을 마시게 된다. 그래서 운동은 여러모로 내게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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