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년에 한 번씩 바디프로필을 찍는 이유
엄마의 운동 vol.7
요즘은 바디프로필이 대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바디프로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특히 20대 사이에서는 20대가 지나기 전에 반드시 도전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에 바디프로필을 꼽는 경우가 많다.
20대뿐만 아니라 30대, 40대 사이에서도 바디프로필은 로망이다.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고, 오늘의 내가 가장 젊고 예쁜 것은 어쩔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박제하여 보관하고 싶은 마음은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에 매우 긍정적이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편이다. 바디프로필 예찬론자답게 나는 1년에 한 번씩 바디프로필을 찍고 있다.
내가 매년 바디프로필을 찍는 이유는 열심히 운동해서 보다 날씬해지고 탄탄해진 내 모습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바람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다. 오히려 매년 바디프로필을 찍는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한 보편적인 이유보다는 지금부터 이야기할 3가지 이유가 훨씬 더 크다.
첫 번째 이유는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일종의 반기를 들고자 함이다. 일에 치이고 육아에 치이다 보면 진짜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감각이 없어진다. 하루하루가 뭐야! 일주일,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날짜를 떠올리면 벌써 그 달 말일이 되어 있고, 이미 달력 한 장이 넘어가 다음달 초가 되었음을 깨닫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연말이 되어 속절없이 한 살을 더 먹게 생겼다는 생각에 허무함과 허전함이 밀려온다. 40대가 되면서 그런 마음이 더 강해져서 허무함과 허전함을 초월하여 우울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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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미있는 뭔가를 남기기 위한 마음으로
1년에 3개월 정도는 바디프로필을 열심히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엄마가 된 이후 온전히 내 자신만을 위해서 살 수 없는 나에게 1년에 한 가지 정도는 온전히 내 자신만을 위한 일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엄마로서의 나도 소중하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나도 너무 소중하니까.
또한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 디데이를 정해놓고 움직이기 때문에 하루하루에 대한 계획도 명확해지고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반성도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늘이 다이어트 며칠째인지, 치팅을 할 수 있는 주말이 오려면 며칠이 남았는지, 바디프로필 디데이까지는 며칠이나 남았는지를 늘 머릿속에 계산하며 살기 때문에 시간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냥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세월이 좀 더디게 가는 듯하다. 세월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도 없고 늦출 수도 없지만, 내 마음이 그렇게 느끼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세월을 누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기분좋은 착각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로부터 내 자신을 격리시키기 위해서다. 나로부터 아이를 격리시키기 위함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육아를 하면서 가장 자주 하게 되는... 또는 가장 치명적으로 하게 되는 실수가 아이와 나를 동일시해 아이의 성취를 나의 성취로 생각하고, 반대로 아이의 실패를 나의 실패로 생각하여 과도하게 자만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좌절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꾸 간섭하고 지시하게 된다. 엄마를 봐서라도 더 잘하라고,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엄마의 이런 메시지는 아이를 아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아이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는 일이 되고 만다. 아이의 성취가 기쁘고 좋기는 해도 그것은 온전히 아이의 것이다. 아이의 실패가 힘들고 절망스럽기는 해도 그것 또한 아이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여야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권리를 줘야 한다.⠀
그런데 그게 절대로 쉽지가 않다. 일단 눈에 보이면 답답하고 걱정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나온다. 반사적으로 그렇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너는 네 할 일을 열심히 해라, 나는 내 할 일을 열심히 하겠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가 열심히 노력한 부분에 격려해주자... 라는 마음가짐을 내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과정이다.
그러면 아이와 나를 분리하는 것이 좀 수월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록 완전하게 놓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은 괜찮아진다.
세 번째 이유는 다이어트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나는 1년에 3개월 정도를 할애해서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는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그런데 매번 내 자신과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맛있는 먹거리들과 재밌는 놀잇감들이 나를 시도때도 없이 유혹하기 때문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수없이 발생한다. 게다가 애주가임을 자처하는 나로서는 술 한잔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매우 곤혹스럽다.
그런데 일단 바디프로필을 염두에 두면 다이어트에 좀더 단호해진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욕구, 놀고 싶은 욕구를 완벽하게 억누르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 3번 일탈할 것을 1번으로 선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바디프로필은 다이어트를 완성하는 데 매우 절실한 파트너가 되어준다.
바디프로필을 위해 열심히 다이어트해 봤자 바디프로필 촬영이 끝나고 나면 요요가 오니 무용지물이 따로 없다고 회의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다이어트가 끝나면 요요가 온다. 하지만 한 번 싹 걷어낸 다음 다시 쌓이는 지방은 그 이전만큼 보기 싫게 출렁거리거나 울퉁불퉁해지지 않는다. 싹 걷어냈다가 다시 좀 모으고, 그것을 또 싹 걷어냈다가 다시 모으는 과정을 반복하면 보기 싫은 셀루라이트와 작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것은 다이어트가 끝난 이후에도 철저한 식단까지는 아니어도 꾸준한 운동이 동반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운동은 그냥 평생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운동에 대한 강박이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바디프로필을 다이어트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야 그 과정이 건강해진다. 바디프로필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극단적인 식단관리를 통해 무작정 지방을 날려버리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탄수화물을 최소한으로 하는 극단적인 식단을 하다 보면 단기간에 살은 잘 빠지겠지만 음식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이 생긴다. 그래서 바디프로필이 끝난 이후에 억눌렸던 식욕이 폭발하게 되고, 식탐을 주체하 수 없게 되면서 고스란히 요요로 이어진다. 몇 달을 힘들게 만든 몸이 비정상적인 식탐으로 인해 며칠만에 망가지는 순간을 마주하면서도 계속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좌절과 절망의 연속이다.
나는 다이어트를 할 때 목표를 '몸무게를 최대한 많이 빼는 것'이 아니라 '요요를 최대한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평상시의 식단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도록 먹고, 평상시의 운동에서 조금만 더 시간과 강도를 늘리고 있다.
그래도 살이 빠지느냐? 당연히 빠진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간식과 야식을 먹고 산다. 그것만 안 먹어도 다이어트가 된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참아내느냐? 그것을 바디프로필이 도와준다. 예쁜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희망이 간식과 야식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렇게 바디프로필은 나의 다이어트를 완성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