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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정 Sep 04. 2021

다이어트 보조제, 절대로 먹지 마세요!

엄마의 운동 vol.8

처음 다이어트할 때의 그 풋풋했던 모습들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1kg이 더해지고 빠지는 것에 일희일비했던, 몸무게는 빠지는데 왜 몸은 예뻐지지 않는지에 대해  밥 먹듯이 좌절했던, 살을 빼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시도해보았던 미숙한 다이어터의  소모적인 모습 말이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좀더 수월하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미숙한 다이어터 시절의 나도 차고 넘치게  사랑한다.


미숙한 다이어터 시절의 나는 홈쇼핑을 대단히 열심히 챙겨봤던 것 같다. 쇼핑에 교적 자주 등장하는 메뉴인 다이어트 보조제, 즉 그냥 먹기만 해도 살이 그냥 빠진다는 제품들을 소개받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도 살을 뺄 수 있다는 쇼호스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선물을 받은 듯 설레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구입했다. 당시 유행했던 웬만한 다이어트 보조제는 한 번씩 구입해봤던 것 같다. 스틱형으로 된 분말 보조제도 구입해서 먹어봤고 파우더형으로 된 분말 보조제도 구입해서 먹어봤다. 젤리형, 알약형, 캡슐형으로 된 것 한 번씩은 다 구입해서 먹어봤다.

지난번에 산 것을 다 먹지 않았는데도, 이번에 판매하는 것이 지난번에 구입했던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으면 한치의 망설임없이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자제품은 작은 것 하나도 이리저리 성능을 재고 가격을 따지며 알뜰살뜰 소비했던 내가 다이어트 보조제에는 참 관대했다. 그만큼 다이어트가 절실했나 보다.


그러다 보니 내 카드 명세서에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구입했던 흔적들이 늘 역력했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다이어트 보조제의 특성상 3개월치, 6개월치, 12개월치를 패키지로 팔았는데 이런 패키지는 또 감사하게도 12개월 무이자를 제공한다.  제품의 무이자 12개월이 끝나기도 전에 저 제품을 12개월 무이자로 구입하다 보니 내 카드 명세서에 몇 개의 다이어트 보조제가 함께 표기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그때의 내 선택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다이어트할 때 다이어트 보조제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명확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먹어봤지만 홈쇼핑 호스트가 열렬히 추천했던 것처럼 먹기만 해도 빠지는 그런 제품은 단 1개도 없었다.

그런 시행착오를 경험했던 나로서는 이렇게까지도 장담할 수 있다. 다이어트 보조제로 살을 뺄 수 있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하지만 우리 엄마들은 다이어트 보조제의 유혹에 유난히 취약하다. 나를 위해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운동을 맘껏 양껏 할 수 없는 탓이 가장 클 테다.

게다가 이미 늘어나 버린 몸무게는 운동하기 힘든 컨디션으로 만들어버린다. 과거보다 몸무게가 10kg 늘어난 상태라면  과거와는 달리 10kg짜리 가방 하나를 매고 앉았다 일어났다 또는 걸었다 뛰었다 해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그러니 당연히 운동하는 것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빠르고 쉽게 살을 뺄 수 있다는 다이어트 보조제의 유혹에 더 쉽게 무너지는 것 같다.


최근 나는 40대 다이어트 성공 비법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으로부터 자주 섭외 연락을 받곤 하는데 단칼에 거절하고 있다. 프로그램마다 방송제작을 지원하는 특정한 회사의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으면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컨셉을 부탁하기 때문이다. 영락없이 실패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다이어트 보조제 자체에 지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인데, 심지어 내가 접해보지도 못한 제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라는 자체가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나와 같은 제안을 받은 케이스일 것 같은데, 그래서 더더욱 거짓 내용과 과장 광고에 낚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홈쇼핑에서 해당 제품만 먹어도 살이 빠진다고 광고하더니만, 요즘은 과장 광고에 대한 철퇴를 몇 번 맞고 나서인지 몰라도 그나마 적절한 식단과 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효과가 커진다는 문구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살짝 넣어두기도 한다.

그런데 '적절한 식단와 운동'이 뒷받침된다면 다이어트 보조제가 없어도 살은 빠진다. 특히나 평소에 '적절한 식단과 운동'을 실천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적절한 식단과 운동'을 실천했을 때의 효과는 더 커진다. 그러므로 '적절한 식단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먹었던 다이어트 보조제의 효과가 아니라 '적절한 식단과 운동' 그 자체로 살이 빠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만에 하나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주 조금의 효과가 있을지라도, 그래도 '적절한 식단과 운동'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살을 뺄 수 없다. 이것은 곧 '적절한 식단과 운동'을 하면 될 것을 아주 미미한 도움을 얻기 위해 그만큼의 돈을 쓸 필요가 전혀 없다는 다.  


홈쇼핑에서 나도 이것만 먹었는데 살이 빠졌다는 쇼호스트들, 연예인들, 제품 소개 타임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한마디로 다 '뻥'이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 데다가, 다이어트 제품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니 일상생활에서 꾸준한 운동과 식단으로 몸매를 관리하고 있을 확률이 100%다.

나 같은 경우도 1년에 3개월 정도 철저한 다이어트를 통해 체지방을 날리고 근육을 탄탄히 키우는 작업을 하는데, 다이어트가 끝나고 다이어트식에서 일반식으로 바꾸면 금세 지방이 올라오면서 복근도 사라지고 옆구리살과 등살이 두둑해진다. 모르긴 해도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1년 내내 다이어트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살을 빼는 방법은 아주 단순한다. 내가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내가 소모하는 칼로리가 더 많으면 살은 빠진다. 살을 빼고 싶다면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 다이어트에 좀더 전략적인 음식을 먹고 좀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그만큼 살은 더 잘 빠진다.

것이 다이어트의 일반적인 성공방식이며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노력 없고 고통 없는 다이어트는 절대로 있을 수가 없다. 천천히 뺄수록 더 오래 유지된다. '급찐급빠'도 맞는 말이지만 '급빠급찐'도 어김없이 맞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해당 다이어트 보조제만 먹었는데도 살이 빠지더라... 하는 새빨간 거짓말에는 절대로 속아 넘어가지 않길!! 더이상 다이어트 보조제 판매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지 말고, 덜 먹고 더 움직이면서 천천히 몸을 만들어나가는 진짜 다이어트를 할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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