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정 Sep 22. 2021

엄마의 운동이 필요한 진짜 이유_체력은 육아력이다!

엄마의 운동 vol.10_ 나를 지켜야 아이도 지킬 수 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입에 오르내리던 유명한 슬로건이다.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통해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생활체육을 장려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슬로건일 테다.


실제로 체력은 국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A라는 사람이 한참 열심히 일해야 하는 시기에 병에 걸려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한참  일해야 하는 사회 구성원이 일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인 손실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써야 하는 사회적인 비용도 국가적인 손실이 된다. 그래서 나는 체력은 국력이라는 제법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슬로건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민들의 체력은 국력으로 이어지지만,  그중에서도 엄마의 체력은 육아력으로까지 이어진다. 엄마의 운동이 필요한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엄마의 운동은 체력을 단련시켜 육아를 보다 수월하고 행복하게 해낼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단순히 힘이 세지고 아픈 데가 사라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체력이 좋아지면 심력도 좋아진다. 심력은 마음의 힘이다. 마음의 힘, 즉 심력이 단련되면 화와 짜증이 줄어들면서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먼저 보인다. 그것은 당연히 건강한 육아, 행복한 육아의 시작이 된다. 다시 말해 엄마의 운동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도모함으로써 육아력을 향상시킨다.  


몸의 디션과 마음의 컨디션이 모두 좋아진 엄마는 일단 아이와 놀이를 할 때 양과 질이 모두 좋아진다. 더 많이 놀아줄 수 있고 더 많이 웃어줄 수 있고 더 많이 안아줄 수 있으니 당연히 놀이의 과정과 결과는 최상이 된다.

아이의 식단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식단에 관심이 가게 마련인데, 엄마의 식단이 건강해지면 아이의 식단도 건강해진다. 아이의 식습관은 자신이 먹을 음식의 재료와 조리방식을 좌지우지하는 엄마의 식습관을 알게 모르게 닮을 수밖에 없다. 가족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엄마의 체형을 아이가 그대로 이어받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아이가 엄마의 식습관을 이어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만약 운동을 하게 되면 칼로리의 양과 영양의 조화를 고려한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에게도 건강한 식습관을 물려줄 수가 있다.


또한 운동을 하면 아이와 아름다운 거리두기가 가능해진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경계를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무관심한 것도 큰 문제지만,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여 너무 깊게 개입하는 것도 아이와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면 아이의 성취를, 혹은 아이의 실패를 나의 것으로 여겨 필요 이상으로 자만하거나 좌절하게 된다. 여기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좀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에 간섭과 강요를 하면서 아이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실책을 저지르고 만다.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는 경향은 감정에 대한 간섭으로도 이어진다. 그러면 아이가 외로워 보이거나 슬퍼 보이거나 괴로워 보일 때 그 감정 속으로 저절로 휘말려 들어가 그것을 당장 해결해 주고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게 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그렇게 해주는 것을 어느 정도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자기 편을 들고 자기에게 힘을 보태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질 테니까.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더라도 엄마가 아이의 성취나 실패, 혹은 감정 상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 엄마는 반드시 함께 기뻐하며 칭찬해 주고 함께 슬퍼하며 위로해 주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책임감과 문제 해결력, 주도성, 자율성을 키울 수 있다. 실패의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은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아이의 자존감으로 자리잡는다. 그래서 아이의 일은 아이에게 맡길 필요가 절실하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자신의 일에 간섭하고 강요하는 엄마와 많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충돌을 넘어서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전개되면 엄마는 너무너무 힘들어진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가 원망스럽고 미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신세한탄을 했다가는? 전쟁 이상의 것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운동을 하다 보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나를 지킬 수 있다. 누구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그냥 나 김윤정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는 정도와 빈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고, 어느새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그랬다. 예전의 나는 내 아이와 나를 동일시한 나머지 마음이 불편한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가 유치원 버스를 탈 때 자리가 없어서 혼자 맨 끝자리에 앉아 가는 모습을 보면 그 외로움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 아이가 돌아올 때를 짠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정작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데...

아이가 사물놀이 발표회에서 상쇠에 해당하는 꽹과리를 연주하다가 꽹과리를 연주하고 싶어하는 다른 친구에게 흔쾌히 양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왠지  내 아이가 1등에서 2등으로 밀려났다는 생각에 왜 그랬냐고 마구 질책했던 적도 있다. 꽹과리보다 장구를 치고 싶어했던 아이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내 아이가 주연에서 조연이 된 것이 속상한 내 마음만 챙긴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 인생의 중심이 다시 내게로 맞춰졌다.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나와 아이 사이에 아름다운 거리두기가 가능해졌다.


아름다운 거리두기는 '네 할 일은 네가 알아서 해.'가 아닌 '네가 선택한 일을 잘 해낼 수 있기를 엄마가 응원해줄게.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얘기해줘.'라는 마음가짐이다. 아이 인생을 아이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거리두기가 가능해지면 아이와의 관계에서 '지적'과 '지시'는 사라지고  그 자리가 '의논'과 '조언'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거리두기를 한다고 해서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지지가 더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다. 당연히 싸울 일은 줄어들고 웃을 일은 많아진다.

이런 경험들은 육아 효능감을 키워준다. 게다가 운동을 통해 몸매가 예뻐지면 뱃살이 나오면서 무너졌던 자존감도 회복된다. 엄마의 운동이 엄마에게 선사하는 은혜로운 혜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니 안 할 이유가 도무지 없다.






이전 09화 다이어트와 유산소 운동은 찰떡궁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