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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정 Sep 27. 2021

홈트와 필라테스로 절대 살이 안 빠지는 이유

엄마의 운동 vol.11_ 나는 쇠질이나 하련다


나는 아이가 두 돌이 되었을 때부터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워킹맘이 그러하듯 내 일과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24시간이나 되는 하루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져버리곤 하는 것을 한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 일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고 육아는 내가 반드시 전담하고 싶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도움을 받고자 일주일에 한 번 가사도우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일하는 동안 가사도우미가 왔다갔다 하는 낯선 광경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가사도우미가 집안 일을 하는 동안 나는 내 일을 얼른 해치우는 것이 목표였으나, 낯선 사람이 집안에서 내 물건들을 만지고 있는 것이 너무 불안하고 불편하여 얼른 끝내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어느새 가사도우미와 함께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개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것도 팔자에 타고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새삼 절감했던 순간이었다.

 

이런 일과를 보내던 내가 당시에 가장 간절하게 바랐던 소원은 아주 소박했다. 마음 편하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시간만큼 미팅을 잡아보는 것이 내가 꿈꿨던 가장 큰 사치였다. 프리랜서 에디터는 출근을 하지 않아도 외부 미팅은 자주 잡히는 편이었다. 저자 미팅, 디자이너 미팅, 출판사 미팅 등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거쳐야 할 미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를 통해 의견의 합의를 보는 과정보다 더 힘든 것은 미팅 시간을 잡는 것 그 자체였다. 상대방이 오전 10시쯤 미팅을 제안하면 나는 아침에 아이를 놀이학교에 보내고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럼 점심을 먹고 2시쯤은 어떠냐고 제안하는데, 그 시간은 또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 4시쯤에 맞추는 것이 어려울 듯하여 머리를 싸매야 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도 부담스러웠다. 아무래도 점심식사를 곁들이면 회의에 집중하기 보다는 가벼운 일상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되고, 결국 식사를 끝낸 뒤 까페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회의를 하게 될 것이 뻔했다. 시간이 두 배로 소모되는 셈이다. 더불어 부담도 두 배가 되는 일이 된다.


늘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엄마들의 일상은 누구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들에게는 운동이라는 것이 어쩌면 모험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홈트'의 길을 걷게 된다. 집에서라도 틈틈이 운동을 하기 위해  '홈트'라는 대안을 채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홈트를 진행하면서 많이 좌절했을 것 같다. 왜 나는 홈트 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날씬해지지 않는가. 나는 왜 홈트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하는 만큼의 횟수를 채우지 못하는가. 나는 왜 홈트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취하라고 하는 자세가 잘 나오지 않는가.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홈트 영상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미 오랜 기간 운동을 통해 온몸의 근육을 단련시킨 전문가들이다. 그러니 더 정확한 자세로, 저 많은 횟수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서킷이나 타바타 같은 운동은 매우 고강도의 운동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코 홈트 영상에서 제시하는 30분, 혹은 40분, 혹은 50분 분량을 쉬지 않고 이어가기에 많은 부담이 따른다. 나 같은 경우도 헬스를 만으로 5년 정도 꾸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킷이나 타바타는 10분만 해도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숨을 몰아쉴 만큼 힘들다.

그런데 서킷이나 타바타는 그 정도의 강도를 실행해야만 운동의 효과가 나타난다. 몇 번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는 것으로는 원하는 몸매를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할 수 있는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 체력도 기르고 근력도 단련시켜 바른 자세로 필요한 횟수만큼 수행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서킷도 가능해지고 타바타도 가능해진다.


가벼운 소도구나 맨몸 운동 같은 경우도 숙련자들의 자세와 강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얼핏 보기에는 간단하고 쉬운 동작 같지만 쉬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해서 하다 보면 운동에 개입하는 근육들이 지치면서 통증과 피로도가 느껴진다. 그래서 아주 쉬워 보이는 소도구 운동이나 맨몸 운동도 기본적인 근력을 갖추고 있어야 제대로 된 자세로 필요한 만큼의 횟수를 소화할 수 있다.

예전의 나는 플랭크를 할 때 30초도 견디지 못했으며, 그 조차도 다른 곳이 아닌 팔꿈치가 아파 도중에 멈추어버리는 결과를 반복했다. 내 몸의 무게를 팔꿈치로 버텼던 탓이다. 그것이 대단히 잘못된 자세였다는 사실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플랭크가 팔꿈치가 아닌 코어와 등 근육, 어깨 근육, 다리 근육 등을 총동원해서 버텨야 하는 전신 운동임을 깨달은 지금은 2분까지 버틴다. 이처럼 경험이 쌓일수록, 그리고 근육이 단련될수록 운동은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이 반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운동 초보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홈트 영상에서 시범을 보이는 숙련자들의 양과 질을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능력 밖에 일을 다 보면 좌절할 일도 많아지고, 좌절할 일이 많아지면 포기할 확률도 높아진다.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일수록, 또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헬스장에 나와 사람들에 뒤섞여서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헬스장에 나가 보면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몸매를 탄탄하게 유지하는 우리 또래의 아줌마들을 의외로 많이 만나게 된다.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는 또래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내가 이 글의 첫 번째 챕터에서 거듭 강조했던 '아줌마는 살 찌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 이유 말고도 헬스장을 나가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집에서는 놀거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몇 번 하고 나서 힘들다고 끝내고는 다른 놀거리로 눈길을 돌리거나, 힘들다고 소파에 누워 쉬다가 잠이 들기 일쑤지만, 헬스장은 주변이 다 운동기구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한눈을 팔지 못한다. 운동밖에는 할 게 없으니까 운동만 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일단 헬스장에 나가면 헬스장까지 나간 것이 아까워서라도 정해진 양만큼의 운동을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


만약 헬스장에 갈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그래도 헬스장에 나가서 운동을 하길 권한다. 대신 작전을 잘 세우면 된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내게 주어진 시간에 따른 운동 작전을 추천하자면, 만약 30분밖에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스테퍼에서 30분 걷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계단을 오르는 효과와 비슷해서 런닝머신이나 싸이클보다 유산소 운동으로서 강도가 셀 뿐만 아니라 하체 근력운동도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 1시간 동안 운동을 할 수 있다면 인터벌 유산소 운동 30분에 근력운동 30분이 효과적일 것이다.

1시간 30분의 여유가 있다면? 지금 당장 살을 많이 빼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산소 운동 1시간에 근력 운동 30분, 근육을 늘리고 싶다면 유산소 운동에 30분 근력 운동에 1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2시간이라면 당연히 유산소 운동 1시간, 근력 운동 1시간이다.


나는 보통 운동을 나갈 때 2시간 30분을 확보해 놓는다. 일단 워밍업 유산소 운동을 짧게는 15분, 길게는 30분 정도 한다. 그리고 근력운동 1시간 마무리 유산소 운동 60분이 내게 딱 적당한 운동시간이다. 시간이 많아도 2시간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운동을 많이 하면 우리 몸에서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데,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오히려 질병과 노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운동을 과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움을 안긴다. 또한 뒷담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할 일 되게 없어 보인다'는 수군거림의 재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헬스장일까? 엄마의 운동은 요가도 좋고 필라테스도 좋고 수영도 좋고 배드민턴도 다 좋다. 일단 몸을 움직이는 운동은 뭐든지 다 좋다. 하지만 체지방을 빼고 근육을 단련시켜 탄탄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헬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나는 요가도 해보고 필라테스도 해보고 수영도 해보고 배드민턴도 해봤다. 하지만 살을 빼고 근력을 키우는 일에는 모두 실패했다. 일단 요가와 필라테스는 통증 관리에는 최고의 운동이다. 나는 오랫동안 컴퓨터에 앉아 서류를 만들거나 고개를 숙인 채 원고를 검토하거나 교정지를 들여다보며 교정 내용을 체크해야 하는 북에디터다. 그래서 어깨와 등 통증을 달고 산다. 그런데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게 되면 근육을 이완해야 하는 동작이 많아 통증이 서서히 사라져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건강 면에서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몸매를 만드는 데는 한참 모자라다. 일단 탄탄한 몸매는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했을 때 만들어지는데, 요가와 필라테스 안에는 유산소 운동이 없다. 또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면 '속근육'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속근육은 건강 측면에서 보면 아주 중요한 근육이지만 우리가 탄탄한 몸매를 위해서 만들어야 하는 근육은 겉근육이다.


겉근육을 만드는 데는 뭐니뭐니 해도 헬스가 최고다. 사실 필라테스 강사 중에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면서 몸을 만드는 경우를 아주 많이 봐왔다. 그러면서 필라테스 강습을 받는 회원들에게는 PT를 받는 것을 비밀로 한다. 마치 필라테스만으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필라테스를 하면서 식단을 칼같이 지킨다면 예쁘게 살은 뺄 수 있겠으나, 강하고 탄탄한 근육은 필라테스로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 필라테스와 헬스를 모두 경험해본 내가 내린 결론이다. 실제로 필라테스는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군인들의 재활을 위해 고안된 운동법이다. 침대처럼 생긴 기구에서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아예 대놓고 멋지고 강한 몸 만들기를 표방하고 있는 헬스와는 시작점이 다르다.

그렇다면 헬스는 겉근육만 만들 수 있는 운동일까? 겉근육이 눈에 보일 만큼 탄탄하게 만들어질 정도라면 오랫동안 꾸준히 바른 자세로 운동을 했을 테니 속근육은 당연히 단련돼 있을 것이다. 몸매와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종목인 셈이다.


수영과 배드민턴은 어떨까? 수영은 일단 단체로 강습이 이루어지는 운동이다. 물론 개인강습을 받는 사람도 있고, 아주 잘하는 사람들 중에는 혼자서 몇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단체강습으로 시작하는데, 아줌마들의 모임이니 만큼 강습이 끝나면 회식이 기다리고 있다.

회식이 아니더라도 수영은 유산소의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에 끝나면 배가 너무 고파서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뭔가를 먹게 된다. 내가 다이어트를 위해 수영을 했던 1년 6개월 동안 몸무게가 무려 5킬로그램이나 늘어나버렸다.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여온 격이랄까?  

배드민턴 역시 강도가 높은 유산소이기는 하지만, 잘 알다시피 유산소는 쉬지 않고 계속 이어서 하는 것이 중요한데 배드민턴은 랠리가 끝나면 어쩔 수 없이 움직임을 멈추는 시간이 생기고 만다. 그래서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헬스 예찬론자가 되었다. 헬스 예찬론자가 되면서 나는 평상복을 쇼핑하는 재미보다 운동복을 쇼핑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또 평상복을 입는 것보다 운동복을 입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출산 후 뚱뚱해진 나는 다시는 청바지도 입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40대에 레깅스가 잘 어울릴 수 있다니... 꾸준히 운동을 하는 내가 너무 기특하고, 그런 내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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