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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정 Aug 12. 2021

50kg 20대보다 60kg 40대가 더 아름다운 이유

엄마의 운동 vol.3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을 하기 시작하면 러닝머신만큼 반가운 게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1도 가늠이 안 되는 무지막지한 헬스기구들이 즐비한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은 참으로 친근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소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아니까.


그래서 보통 처음 헬스장을 찾으면 런닝머신에서 걷고 뛰는 것부터 시작한다. 식단을 조절하면서 런닝머신에서 걷고 뛰면 당연히 몸무게가 줄어든다. 같은 유산소 계열인 실내 싸이클도 타는 시간에 비례해서 몸무게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몸무게가 줄어들면 우선 기분이 좋다.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에 자존감도 순간적으로 확 솟구친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이나 미드도 런닝머신에서는 왜 이리 재미없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정말 더!럽!게!도! 안 간다.


너무 재미없고 지긋지긋하다 보니 금세 흥미가 식어버리고 점점 헬스장을 찾는 빈도가 줄어든다. 헬스장을 찾지 않으면 줄어들었던 몸무게는 다시 원래의 내 것으로 되돌아오고, 심지어는 요요로 인해 원래의 내 것에 +α가 붙기도 한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확 솟구쳤던 자존감은 절망감으로 바뀌고, 또다시 '아줌마'임을 방패 삼아 늘어나는 살들과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 이것이 악순환되면서 엄마의 운동은 늘 실패로 돌아간다.


서두가 참 길었다.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좌절의 과정이고, 나 또한 여러 번 반복했던 좌절이기 때문이다. 그 좌절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지방분해 주사나 식욕감퇴 약까지 처방받으면서까지 발버둥쳐봤지만 소용은 없었다. 런닝머신은 너무 재미없었고, 내 몸무게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뫼비우스 띠와도 같은 다이어트 전쟁에서 내게 돌파구가 되어준 것은 '근력운동'이었다. PT를 받으면서 나는 근력운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사실 처음에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후회했다. PT를 받을 때마다 토할 것만 같은 고통과 한계를 느꼈는데, 돈을 줘도 안 할 짓을 도대체 왜 돈을 내고 하고 있는지 PT를 받고 있는 순간에도 심한 내적갈등을 겪곤 했다.  

하지만 유체이탈 수법까지 써가면서 한 번 두 번 버틴 결과, 내 몸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몸무게가 빠지면서 몸의 부피가 줄어드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몸의 모양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리가 그냥 가늘어지는 게 아니라 근육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하는 여자들 그 특유의 탄탄한 근육질 다리 모양이 내게서도 나타날지 모른다는 기대가 나를 설레게 하면서 드디어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헬스는 내가 봐도 세상 재미없는 운동이다. 몇 십분을 제자리에서 달려야 하고 무거운 것을 반복해서 올려놨다 내려놨다 하는 일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몸의 모양이 변하기 시작하면 그 지루했던 과정들이 퍽이나 아름다워진다. 한 번만 더 들면, 두 번만 더 들면  더 많이 탄탄하고 예뻐질 내 몸매가 나를 힘나게 만든다.  재미가 너무 쏠쏠해서 헬스의 매력에 푹 빠지고야 말았다.


출산 전 나는 50kg 초반대의 몸무게를 유지했는데, 지금은 60kg를 넘나드는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출산 전에 입었던 옷들을 지금 입어보면 많이 헐렁거린다. 그것이 바로 근력운동의 힘이다. 몸무게가 훨씬 더 많이 나가지만 근력운동으로 쪼여진 내 몸은 과거의 내 몸보다 훨씬 더 날씬해 보인다.

그래서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본 사람들은 절대로 몸무게에 집착하지 않는다. 몸무게는 말 그대로 몸의 무게일 뿐이니까. 진짜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체지방과 근육의 비율, 즉 체지방률이다. 체지방률이 내 몸의 모양을 결정한다. 체지방률을 낮추려면 체지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육의 양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주변에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엄마들에게 늘 근력운동을 추천한다. 근력운동을 해야 몸의 변화를 느끼게 되고, 그래야 운동이 재미있어진다. 재미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고.

근력운동을 해야 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탄력'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체지방은 유산소 운동과 식단 조절만으로도 어느 정도 날려버릴 수 있지만, 문제는 피부와 근육 사이에 있던 체지방이 빠져나가면 그 빈 공간 때문에 피부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잘못하면 얼굴도 더 늙어 보이고 몸매도 더 볼품없어질 수 있다.

어릴 때야 피부도 회복탄력성이 좋아 늘어진 피부가 눈에 거슬리기도 전에 탄력을 회복하지만 나이가 들면 오직 치열한 근력운동만이 피부가 늘어지는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 그래서 근력운동 없는 몸짱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근력운동을 처음부터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옆에서 붙어 섬세하게 가르쳐줄 전문가 급의 남편이나 친구가 없다면 트레이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트레이너에게 PT를 의뢰하면 돈이 드니 선뜻 못하겠다고? 선뜻 그렇게 해도 된다. 아이의 교구, 아이의 전집, 아이의 옷을 살 때는 주저없이 선뜻 지르면서 왜 내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돈을 쓸 때는 온갖 경우의 수를 다 갖다붙이면서 갈등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엄마가 된 우리는 내 자신을 위해 그 정도쯤 투자해도 될 만큼 가정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또한 엄마의 운동이 아이의 육아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이야기는 차차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또한 근력운동은 한 번 잘 배워두면 평생을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제대로 배웠을 때 이야기다. 제대로 못 배운다면 그것처럼 돈이 아까운 것도 없다. '능력자 트레이너'를 구별하는 법도 곧 공개할 테니 절대로 헬스장에서 영업 당하는 호구 회원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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