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ranger anxiety "
"안녕~ 케이토, 나 혼자 갈게~~ 바이바이"
아이를 혼자 두고 가는 척해본다.
뒤돌아보니 멀리서 꼼짝 않고 내가 진짜 가는지
지켜보는 아이.
케이토와의 신경전.
케이토를 어린이집(Nursery 너써리)에 데리러 갔다. 아이들은 아직 나를 낯설게 느끼고 적응하지 못했다. 특히 둘째는 어리다 보니 매일 나에 대한 반응이 달랐다. 이날은 너써리를 떠나기 전부터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려는 나와 집에 안 가려는 케이토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안녕, 케이토! 나 혼자 갈게~ 바이바이!”
아이를 두고 먼저 가는 척하며 떠났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케이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내가 정말 가는지 아닌지 살피고 있었다. 케이토는 내가 가는 척만 하고 있다는 걸 이미 간파한 듯했다. 나를 테스트하는 아이의 똑똑함에 놀랐다. 시간이 꽤 지나 온갖 유혹을 해봐도 아이는 울며 따라오지 않으려 했다. 결국 긴 신경전 끝에 케이토를 들어 올려 유모차에 태웠다. 그러자 금세 얌전해진 아이. 이제야 무사히 집에 갈 수 있겠다고 안심했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런던의 2층 빨간 버스는 1층에 유모차를 세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모차를 들고 버스에 타는 일이 번거롭고 상상하기도 힘든 것에 비해, 런던의 버스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계단이 내려온다. 다만, 계단이 내려올 때 나는 ‘삐, 삐, 삐’ 하는 큰 소리에 주변 시선이 조금 신경 쓰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런 시스템 덕분에 유모차 탑승이 가능하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러나 이날 버스에는 이미 유모차 두 대가 타고 있었다. 규정상 유모차는 두 대까지만 가능하기에 우리를 두고 버스는 떠나버렸다. 배차 간격이 긴 동네라 케이토와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미 어린이집에서 나오면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는데 버스까지 놓쳐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6시가 되기 전까지 아이의 부모들이 요청한 많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 늦게 집에 도착해서 케이토와 놀아주기 시작했다. 최근 정리 놀이에 푹 빠진 케이토는 어린이집에서 배웠는지 "Put it back!"이라는 귀여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놀다가 저녁으로 아이의 엄마가 요청한 계란 볶음밥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준 밥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혹시 내가 보고 있어서 안 먹나?? 생각이 들어 멀리서 지켜봤더니 혼자 숟가락으로 잘 먹고 있었다. 신기한 건 내가 다시 보고 있으면 일부러 안 먹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가온 체력을 요구하는 목욕 시간. 케이토는 목욕을 정말 싫어했다. 목욕이 끝나면 자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맘은 본인들이 퇴근하기 전에 아이가 잠들었기를 바랐다.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에 안 씻으려고 울고 떼썼다. 온몸에 힘을 주며 옷을 벗지 않으려고 오열하던 케이토와의 실랑이로 땀이 뻘뻘 났다.
저번과 달리 이번엔 단호하게 붙잡고 옷을 벗기고 씻기고 로션을 발랐다. 큰 수건으로 감싸 안고 방으로 데려가 기저귀를 채우고 잠옷을 입혔다. 준비해 둔 분유를 물리니 드디어 잠들었다.
몇 번 해봤다고 이번엔 비교적 무사히 끝났다. 저번에는 첫째가 계속 방해를 해서 모든 일이 쉽지 않았다.
"케이토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거야!!!! “
라며 옆에서 정신없게 소리치던 아이오. 케이토는 누나만 쫓아다니고 내가 주는 건 먹지도 않고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 둘을 각각 분리해 돌봤다. 아이들을 따로 떼어놓으니 집중도가 높아졌고, 내가 아이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작전도 바꿨다. 저번에 홈맘이 아이가 낯설어서 너를 테스트하는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에 내가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날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칭찬과 애정 표현을 했다. "좋은 누나네, 좋은 동생이네! 너희 정말 착하고 예쁘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이들에게 내가 그들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자 아이들은 조금씩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
케이토를 무사히 재운 후, 첫째 아이오의 부러진 손톱을 깎아주고 자기 전에도 하트를 날리며 "러뷰~"라고 애정표현을 하니 아이오는 수줍게 웃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 듯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