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ranger "
아이오는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네가 가족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그래ㅋㅋ"
처음으로 두 아이를 동시에 돌본 날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두 아이를 픽업해 혼자 돌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자신감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결과적으로는 정말 힘든 하루였고, 순간적으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케이토는 나와 아직 어색한 관계였다. 내가 다가가면 울기만 하고, 내가 주는 음식은 거부했다. 반면, 누나가 주면 잘 먹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이오에게는 정해진 스케줄이 있다. 간식, 피아노 연습,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씻고 자야 한다. 그런데 이날 케이토가 누나만 졸졸 쫓아다녔고 아이오는 해야 할 것을 못했다. 정말 난감했다. 아이는 내가 다가가면 울기만 했다. 그 와중에 아이오는 케이토가 자신한테만 자꾸 오는 것을 은근히 즐기는 듯 보였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얄미워...' 난 이 상황이 힘들었다. 아이오는 피아노 연습을 해야 했다. 홈맘이랑 약속한 횟수가 있다고 했다.
결국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고 아이오는 루틴을 다 끝내지 못한 채 난 둘째를 씻겨 재워야 했다. 2층에 올라가 아이의 옷을 벗기려고 하자 대성통곡이 시작되었고 절대 옷을 벗으려 하지 않았다. 아이는 욕실바닥에 드러누었다. 나는 30분간 달래다 결국 포기하고 옷을 다시 입혔다. 온몸에 땀이 흘렀다. 어쩜 아이가 이렇게 힘이 센지..
평소보다 좀 늦게 도착한 홈맘과 홈대디는 아이가 자고 있기는커녕 씻지도 않은 이 상황을 썩 좋게 보지는 않은 듯했다. 늦은 저녁, 케이토는 얌전해졌고, 홈맘과 홈대디가 아이를 케어했다. 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했다. 그때 옆에서 피자를 먹던 아이오가 내게 날카로운 말을 던졌다.
“왜 내가 먹일 땐 안 먹을까??”
"왜 일 것 같아??"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아니. 케이토는 네가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그랬을 거야. ^^ㅋㅋㅋ”
얄밉게 웃으면서 말하는 아이오. 속상했지만 사실이었다. 본능적으로 나를 가장 낮은 서열로 정했을 테고, 누나가 있으니 당연히 누나만 따랐던 것이다. 그날 밤, 홈맘이 따뜻하게 응원해 주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힘이 났다. “케이토는 테스트를 한 거야. 시간이 지나면 아이도 익숙해질 거야.” 이 말은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감시당하는 중?
모든 일이 끝난 뒤,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문득 집 곳곳에 설치된 유아용 CCTV가 떠올랐다. 혹시 부모님이 매일 저녁 아이들의 행동과 나의 모습을 CCTV로 확인하는 건 아닐까? 물론, 부모로서 불안을 해소하려는 마음은 이해했다. 하지만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내가 감시받고 있었다면?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설거지를 마치고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으니 신경 쓰지 말자."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부모님은 매일 CCTV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날은 비록 힘들었지만,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며칠 지났다고 아이오의 영어가 또렷하게 들렸고, 단순한 표현이지만 영어로 물 흐르듯 말하고 있었다. 귀가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홈맘의 말에 의하면 아이오는 여기서 태어났기 때문에 런던에서 16년 산 본인보다 표현이 더 정확하다며, 아이오가 나의 최고의 영어 선생님이 될 거라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오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해하며 더 아껴주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