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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티끌

프랑스 동료랑 싸우다

김치

by 야미
"She is such a sensitive person"
"쟤는 너무 예민해."


프랑스인 동료가 내 룸메에게 한 말이다.

해외 호텔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 프랑스인 동료가 있었다.

그 당시 태어나 처음 만나는 유럽사람이라

그 사람과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갈등이 종종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문화차이였다.


어쨌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김치"사건


아침조 퇴근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길, 그 친구와 마주쳤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게 됐는데 밥 먹으면서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나는 불어를 못하고 영어도 못하니 둘 다 서툰 중국어로 했다.)


그중에 내가 꽂힌 말. "김치" 그는 나를 김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은 왜 김치만 먹냐며..

인종차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당시 "김치녀"라는 신조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었을 때라

어떤 의도였든 상관없이 난 듣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난 말했다.

"그 단어 사람 지칭할 때 쓰는 거 아니야."

사람을 김치로 부르면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나름 열심히 서툰 중국어로 설명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어쩌라고? SO WHAT? " 그 말을 듣고 순간 황당하였다.

안 좋은 뜻이라고 설명해 주면

당연히 멈출 줄 알았는데

내 생각과는 전혀 반대로 그는 반응하고 있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난 내 생각을 말하는 것뿐이야, 내가 내 의견도 표현 못해? "


그리고 그는 동료들에게 내가 예민하다며

자기한테 화났다고 호텔 동료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녔다.


아마 둘 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화를 해서

거기서 오는 오해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냥 저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었다. 나에겐.


그 후로 나에게 프랑스인은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 됐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프랑스는 철학의 나라인 만큼

비판도 쉽게 하고 본인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다.


나중에 다른 프랑스인도 만나면서

모든 프랑스사람이 별로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다행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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