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자체를 원하지 않았던 나
"양가 도움 없이 우리끼리 준비하자."
"난 사실 결혼식 자체는 생략해도 상관없어,
부모님들을 위해서 그래도 하자"
"예물 이런 거 다 생략하자,
결혼반지도 안 끼니까 필요 없어
우리 커플링이 더 의미 있잖아."
"대신 신혼여행 원하는데 가서
같이 즐거운 추억 만들고 오자"
"최대한 간단하게 하자, 허례허식이잖아"
"웨딩드레스도 추가금 없이 간소하게만 입으면 돼"
"1000만 원 예산 잡고 끝내자,
식대는 축의금으로 해결된다고 봐두고"
1
결혼식에 대한 환상조차도 없고
모든 것이 보여주기를 위한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돈으로 차라리 같이 간단한 웨딩소품을 챙겨
여행을 떠나자고 이야기했던 나
그리고
부모님을 위한 행사이니 진행하자는 그.
나는 결혼식 자체를 하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결혼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난 언젠가 아이를 원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나이기에,
아이를 원하면 결혼식도
올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릴 적 남들과 상황이 다르거나
조금이라도 튄다면
상처받기 쉬운 환경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 우리 부모님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채 살고 있었고
난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우리 부모님의
상황이 부끄럽게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 ‘튀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2
우린 지인들을 통해서 우연히 만나게 됐다.
소개팅도 아니었다.
정말 운명의 짝이 정해져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관계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고
새끼발톱의 때만큼의 걸림돌도 없었다.
만나기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서로는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즐겁겠다.'
‘이 사람이다.'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사정으로
동거를 먼저 시작했고
동거를 하는 처음 1년간은
정말 같이 살아도 되는지
서로를 더 깊이 알아보는
시간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다툼과 화해를
거친 뒤 우린
서로가 옆에 없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확신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동거 1년 차가 지나면서
우린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3
"우리는 여기서 하기로 했어,
식대도 괜찮은 편이고 음식도 맛있더라."
"우린 홀패키지로 하기로 했어,
그냥 드레스 욕심 좀 내려놓지 뭐"
"비동행플래너 했어 우린, 친구 할인혜택 받자"
"우린 여기 청담 ㅇㅇ 드레스샵에서 골랐어"
"우린 스드메에만 500만 원 썼어"
"음식이 맛있고 주차가 편해야 해,
주말에 시간 내서 갔는데
음식 맛없고 주차 불편하면 그렇게 짜증 나더라"
결혼식을 하기로 마음을 먹자
주변에서 이미 준비를 진행 중인
지인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뭔 소리지…
스드메가 뭐야..?
홀패키지는 뭐지..?
플래너 꼭 끼고 해야 하는 거야?
친구혜택은 뭐지..?
머리가 뒤집어질 듯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고 내 sns계정은 온통
웨딩 관련 정보들과 후기들로
알고리즘에게 점령당했다.
이거 다.. 할 수 있는 거 맞나?
이걸 다 언제 준비하지?
웨딩박람회를 가봤지만 정말..
터무니없다는 생각만 가진채
별 얻은 것 없이 나왔다.
아니, 전반적으로 무엇을 준비해
나아가야 하는지는 알게 됐다.
자, 이제 시작을 해야 하는데
뭐부터 해야 하지..?
너무 막막해서 스트레스만 받다가
결국 결혼시기만 대충 정하고
웨딩홀 투어를 시작했다.
먼저
검색창에 [가성비 웨딩홀]이라고 검색 후
3군데를 하루에 모두 방문했고
우린 생각보다 빠르게 홀을 결정할 수 있었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내가 원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아담하고 실내지만 야외인 것처럼 화사한 분위기'
어느 순간부터 로망 없고
결혼식도 하기 싫다던 나는
웨딩준비에
몰입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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