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요가를 시작한 건,
퇴사를 결심한 직후였다.
스케줄 근무에 시달리던 몇 년 동안,
불규칙한 수면과 무너진 생활은
내 몸과 마음을 천천히
망가뜨리고 있었다.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무기력은 조용히,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운동을 해야겠다. 지금 당장.
그렇게 시작한 요가.
처음엔 별생각 없었다.
그저 몸을 늘리는,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첫 수업은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경험이었다.
조용한 음악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동작들,
그 속도와 호흡, 분위기 모두가 낯설었다.
이전까지 해왔던 필라테스,
발레, 헬스와는 완전히 달랐다.
항상 바깥을 향해 있던 시선과 신경이
처음으로 ‘나’에게로 돌아왔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음도 조용히 따라왔다.
나는 그제야 힘을 빼는
연습을 시작했다.
요가를 계속하면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될 것 같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확신이 들었다.
그것이 내가 요가 첫 수업에서
느낀 감정이었다.
퇴사 후, ‘운동만이라도
꾸준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주 3회 수업을 등록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수업 전엔 늘 가기 싫었다.
억지로 발을 옮기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하는
자책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꾸역꾸역,
주 2회든 3회든, 작은 실행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어느새 요가는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렸다.
기대하지 않았던 몸의 변화도 느껴졌다.
허벅지에 힘이 생기고,
허리선이 정리되어 가는 걸 보며
조금씩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안 되던 동작들이
조금씩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그날은 2월 3일.
아침 수업의 마지막 동작은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 활자세였다.
이전에는 선생님의 도움 없이는
절대 올라가지 않던 자세.
그날도 여전히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집에 와서 유튜브를 찾아보고,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며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분석했다.
그리고, 수십 번의 반복 끝에
마침내 내 몸이 스스로 올라갔다.
그 순간 느낀 건 단순한
동작의 성공이 아니라,
‘내가 해냈다’는 조용한 성취감이었다.
어떤 변화는
지겹도록 반복한 하루들 속에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