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우울한 날엔 요가가 처방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을 쉬고 있던 이때는 머릿속에서 잡생각들이
흘러넘쳐 쉽게 잠이 들지 않는 나날들이었다.
이날도,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씽잉볼 소리를 들으며 겨우 잠들었다.
귀를 간질이는 듯한 울림이
어느 순간 생각을 지우고
숨을 깊이 들이쉬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놀랍게도 푹 잤다.
눈을 떴을 때 개운했고,
남편이 출근하는 것도
모를 만큼 깊은 잠이었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규칙적으로 기상과 취침시간을 지키고 있는
요즘은 이게 당연한데
이때는 놀라운 일이었다, 수면의 질이 좋아진 요즘 )
이렇게 푹 자는 날은 흔치 않다.
오늘 밤도 씽잉볼과 함께 잠들어야겠다.
요가는 마음가짐을 바꾼다.
오늘도 평소처럼
요가 수업에 가려고 했지만,
늦장 부리다가 지하철을 놓쳤다.
준비 없이 도착해서
스트레칭도 하지 못한 채
수업에 들어갔다.
몸은 뻣뻣했고, 땀도 덜 났고,
자세 하나하나가 힘들었다.
스트레칭 건너뛰고 바로 들어간
요가 동작들은
당연히 평소보다 깊은 자세로 하기가
쉽지 않았고, 일찍 올걸.. 하며 후회를 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자책과 후회의 말들이
한창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을 때 즈음에
마지막 박쥐자세에서
'무섭다', '아프다'는 생각 대신
“한번 가보자.”는 마음을 고쳐먹었더니
정말로 몸이 훅 내려갔다.
스트레칭이 부족해
턱은 바닥에 닿지 않았지만,
어제보다, 전보다 조금 더.
그게 중요했다.
이래서 요가가
몸 수련이자 마음 수련이라는 걸 알았다.
자세는 곧 마음이다.
‘나는 안 될 거야’ 하는 순간 몸이 닫히고
‘해보자’ 하는 순간 길이 열린다.
며칠 전엔 혼자 집에서
플로우 요가(빈야사)를 해봤다.
수업 시간에 배운 시퀀스를
조금은 어설프게 외우며,
내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보았다.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고
뱃살이 튀어나온 모습이 싫었다.
하지만 시선을 넓히니,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자세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어느 근육이 움직이고, 어디가 시원한지
내 몸과 마음을 함께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4개월 동안 꾸준히 해온 게
이렇게 쌓였구나.”
조금씩 익힌 동작들이 모여
이젠 혼자서도 땀 흘릴 수 있게 됐다.
아직 모르는 동작도 많지만
‘도장 깨기’처럼 하나씩 배워나가고 싶다.
그 성취감은 단순히 자세를 넘어서,
나 자신을 향한 응원처럼 느껴진다.
요가는 근력 운동이자 마음 훈련이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다.
우울할 때, 머리가 복잡할 때,
답답한 하루의 끝에서
나는 매트 위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나는 다시 나와 연결되고
내 숨을 느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에게도
요가는 처방전이다.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다독이는 나만의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