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오 Jul 19. 2024

4살 인생, 언어치료실 문을 두드리다

근데 이걸 하면 정말 아이 말문이 빨리 트이나요?

정확히 아이가 태어난 지 36개월을 꼬박 채우고 나서야 부랴부랴 언어치료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맘카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후기가 좋은 언어치료실을 발견했다.

근데 이 작은 아이를 센터에 데려간다고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아마도 나에게 언어치료실은 중고등학생들이 다니는 '학원'같은 개념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해줄 수는 없는 문제일까? 아이의 언어를 폭발적으로 더 이끌어내지 못한 나한테 문제가 있나?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오는 자책이 나를 괴롭게 만들었지만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언어치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날. 

처음 보는 낯선 선생님과 방 안에서 30분을 보내야 한다니.

이제 겨우 36개월을 넘긴 아이한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가 적응하는 동안 엄마인 나도 같이 방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조금씩 선생님과의 시간이 익숙해지고 언제부턴가 아이는 씩씩하게 문을 닫고 혼자 선생님과 방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언어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비용이 생각보다 비쌌다.

현재 비용은 40분 수업에 5만 원. 이 가격은 몇 해 전 1만 원 오른 비용이다. 그러니까 주 2회 아이를 언어치료실 보낸다고 생각하면 한 달에 40만 원은 너끈히 넘는다. 

(매일 보내는 피아노 학원도 지금 18만 원을 내고 있는데 그렇게 비교를 하니 적지 않은 비용이다)

언어치료를 할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나라에서 주는 바우처 신청도 시작하고 나서 하게 됐다.

그 당시 주민센터 담당직원 말이 밀려서 6개월은 걸릴 거예요.. 란다.

그의 말대로 카드는 꽤 오래 걸려서 집으로 배송이 왔다.

이 카드를 받으면 그래도 한 달에 일부 금액은 지원받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혹시라도 아이가 언어지연을 보인다는 소견을 계속 받는다면 바우처카드를 미리 신청해서 받는 게 좋다.

나중에 언어치료를 시작하고 카드가 와버리면 이미 지불한 돈에 대해서는 따로 환급을 받을 수 없으니까.


근데 얼마 전 언어치료실에 아기가 새로 와서 그 엄마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바우처 카드가 6개월은 걸린다고 했단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이 정도면 그냥 담당직원이 하는 멘트인가, 아니면 정말 언어가 느려서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수요가 항상 많은 것인가 헷갈린다.


사실 아이가 언어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말이 터진 시기가 있었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런 시기는 없었다.

엄마인 나는 매일 아이를 봐서 더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는 아이 속도대로 더디게, 그냥 천천히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끔 맘카페에, 아이들이 입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하루종일 조잘대는 통에 귀에서 피가 난다는 엄마들의 투정글이 올라온다. 미소가 지어지는 상황이지만 나는 '온전히' 같이 웃을 수만은 없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쫑알쫑알. 아이들의 문법에 맞지 않는 귀여운 말실수들, 어른들이 말하는걸 흉내 내서 웃게 만드는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말투들.

내 아이한테는 조금 힘든 일이었다. 

엄마는 늘 불안했고 그런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게 한편으로는 아이한테도 미안했다.


조금 느릴 수도 있지 그게 잘못된 건 아닌데.. 네 잘못이 아닌데..

그런 행복감을 아이가 나에게 주지 못한다고 속상할 일인가 싶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어렸던' 나 역시 초보엄마로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정해진 교과서대로, 평균치로 그 지점에 못 닿으면 우리는 열외로 분류가 된다.

물론 아이가 건강하게 온전히 잘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들이겠지만 말이다.


이 시기에는 이걸 해야 해요. 두 발 점프 못하나요? 해야 할 시기가 넘었는데...

대근육 소근육 다 느리네요. 검사받아보셨나요?


꼬물대던 신생아를 벗어나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나는 아이가 커가는 기쁨보다 '아, 우리 아이가 느리구나 뭘 해줘야 하지?' 이런 고민들로 그때만 누릴 수 있는 아이와의 행복을 크게 못 누렸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고 아이한테 미안하기만 하다.

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구나. 네가 주는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걱정만 했던 거 정말 미안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살짝? 콧잔등이 시큰해져서 눈을 크게 뜨고 있다. 하하하! 울지 말기!!

괜찮아. 서툴렀지만 그래도 항상 최선을 다하고 살아왔으니까. 

엄마가 항상 옆에서 손 잡아줄게! 걱정은 넣어두자!



이전 01화 생후 36개월 그 두려운 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