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이는 경계성 아이가 아니라는 교육청의 통보를 받고.
요즘 경계성 지능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니, 사실 나도 기특이 때문에 경계성 지능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었지 그 이전까지 '경계성 지능'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싶었다.
경계성 지능을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오래전부터 드문드문 뉴스에 한 번씩은 나온 걸 알 수 있었다.
장애는 아니지만 일반의, 보통의 사람들보다 지적 능력은 조금 떨어지는 수준.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단기, 장기기억력이 좀 부족하여 자격증을 취득한다던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건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여자 같은 경우는 남자들에게 성적으로 이용당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왜 우리 아이가 아이큐가 낮을까? 왜 우리 아이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라는 질문으로 끊임없이 나를 옥죄는 과거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기로 했다.
과거는 그만 놓아주자.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이 순간도 한 글자 타이핑하고 나면 과거로 변한다.
기특이는 공부머리는 아니겠지만 분명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난 그것을 응원해줘야 한다.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그것을 '혼자'성취할 수 있도록 자립적인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는 작년 말 교육청이 정해놓은 심리상담센터에서 진행한 언어평가 및 웩슬러 검사에서 점수가 높게 나와 특수교육지원대상자에서 탈락됐다.
분명 좋아할 일이다. 아이는 내 영혼을 갈아 넣은 노력으로 인해 좋아졌으니까.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주 3회 언어치료센터에서 진행하는 언어, 인지, 그룹 치료를 당장 관둬야 하나?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결론은, 엄마인 내가 봐도 기특이는 아직까지 치료가 필요한 아이이다. 당장 관둔다는 건 아이를 방치하는걸 수도 있다. (누구보다 이제는 더 이상 치료가 필요 없습니다, 졸업해도 됩니다,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건 엄마인 나다)
그래서 다시 특수교육지원대상자 신청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나마 대상자로 지정이 돼야 한 달에 15만 원가량 지원금이 나와서 언어치료에 보탬이 된다.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 못한다. 난 강남에 사는 부자가 아니니까 말이다..
단지 돈 적이 이유를 떠나서, 기특이는 아직 '졸업'할 단계가 아니다. 냉정하게, 정말 냉정하게 말해서..
역시나 아이가 경계성이 맞다는 교수님의 확언을 듣고 다음 달 초로 웩슬러 검사를 잡아주셨다.
교수님은 왜 이 아이를 경계성인데 탈락시켰냐며 헛웃음을 지으셨다. 그쪽에서 실수하는 거라며.
현실을 받아들이자. 교수님의 평가도 현재 내 아이에 대한건 맞겠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난 기특이의 미래를 단정 짓는 말보다는, 현재의 상태에 대해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아이한테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은 일단 접어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좋아질 수 있으니까.
괜찮아. 휴.. 괜찮아질 거야..
오늘도 나는 기특이의 손을 꼭 잡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병원문을 나선다.